ADVERTISEMENT

연료봉교체 북 일방통보/IAEA·한·미,대응에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핵사찰 순탄할까/현지서 「안전 연속성」 파괴 확인땐 “위기”
북한 핵문제가 북한의 일방적인 핵연료 교체 통보로 또다시 혼란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1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변 5메가W 원자로 핵연료봉 교체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독자적으로 연료봉 교체를 강행할 경우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노력은 중단될 것이라고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경고한바 있어 이대로 이행한다면 상황은 다시 위기국면으로 돌아간다.
물론 북한의 전문만 가지고는 연료봉 교체를 이미 시작했는지,아니면 교체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에만 착수한 것인지를 분명히 알 수는 없다.
따라서 아직은 대화를 통한 북한 핵해결 노력이 당장 중단될 것으로 단정짓기는 이르다. 일말의 「유동성」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IAEA의 최근 움직임도 이 일말의 유동성에 근거해 있는 것 같다.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북한에 『연료봉 교체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전제아래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요구한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을 위해 사찰단을 보내겠다』고 제의했었다.
그리고 그 이틀뒤 북한이 연료봉 교체를 시작했음을 통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연료봉 교체를 시작했더라도 연료봉을 원자로에서 꺼내는 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며 단지 교체를 위한 사전준비작업만을 시작한 것으로 IAEA가 간주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나 한국정부 당국자들의 입장도 IAEA와 크게 다를바 없다.
IAEA나 미국은 그동안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을 강조해온 당사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흐름들이 이번 사태로 대화가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당사자들은 아직 북한의 연료봉 교체통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사태의 파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도 이것을 핵안전조치의 연속성 파괴로 성급히 단정짓지 않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IAEA가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빨라야 내주 중반에나 가능하다.
한미도 북한 현지에서 핵안전조치 연속성 파괴여부에 대한 IAEA 사찰단의 보고가 나온뒤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IAEA 사찰단의 확인결과 북한의 핵안전조치 연속성이 파괴된 것으로 판가름나면 한미 등은 남북대화를 단절하고 이미 여러차례 밝혀온대로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추진하게 될 것이며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은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다 더 심각한 위기국면이 다시 조성되는 것이다.<강영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