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멋쟁이 신세대 천국-이대앞 보세옷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통굽운동화」「김건모의 힙합청바지」「바지에 치마를 둘러댄 레이어드 룩(layered look)」.
7일 토요일 오후 이대앞 보세옷 거리는 이러한 최신패션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이 물밀듯이 모여들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는 10~20대 젊은이들로 이 거리는 마치 서울역광장을 연상케 한다.
이대앞 지하철역에서 이대 정문에 이르는 이른바「이대路」에서 신촌역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이 거리에는 젊은 감각의 각종 의류숍에서부터 액세서리점.보세신발가게.가방전문점.모자전문점등 패션코디네이션에 필요한 갖가지 소품가게는 어림잡아 70여군데가 넘는다.이외에도 헤어.뷰티숍까지 즐비해 이 거리를 한나절만 휩쓸고 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변신을 꿈꿀 수 있을 정도다.
이대路가 고급브랜드및 중.고가 상품을 갖추고 20대초반의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반면 이 거리에는 10대후반을대상으로 한 중.저가상품들이 대부분으로 거리의 모습 또한 세계적 유행의 근원지인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다케시 타거리를 옮겨다 놓은 것과 같다.「시장.보세옷천국」인 이 거리는 싸게는 3천원짜리 T셔츠부터 시작,1만5천원가량의 청바지등 주머니사정이여의치않은 젊은이들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거리로 차별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럴싸한 거리이름이 없어 주로「보세옷거리」로 불리는이 거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합캐주얼스토어「빌리지타운」의 주인 김재곤씨(48)는『약 2년전부터 10대후반의 학생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가게들이 들어서 요즘 주말에는 2만 명정도의 젊은이들로 거리가 발디딜 틈이 없다』며『이대路에 비해 약 30%정도 가격이 저렴할뿐 아니라 상품구색도 다양한 것이 젊은이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청바지전문점「바지BOX」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2년전부터돕고 있다는 최문희씨(25)는『이 거리의 매력은 화려함이나 산뜻한 디스플레이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첨단유행의 패션의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이 거리를 찾는 고객은 대부분이 교복입은 여고생이나 여대생』이라고 말한다.
동대문.남대문시장등에서 골라온 옷을 판매하는 이들 소규모 점포들의 평균매상은 평일이 약 2백만원,주말은 약 3백50만원선이라고 업자들은 말한다.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다.
T셔츠를 사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상명여대 배정은양(문헌정보학과.22)은『평상시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살 때는 이곳에 온다』며『얼마전 H백화점에서 2만4천원에 산 반지를 친구가 이곳에서 1만8천원에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는 옷뿐만아니라 액세서리도 이 곳에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이화여대 김모양(장식미술학과.21)은『어차피 유행이라는 것이 몇개월 안가는 것인데 구태여 비싼 돈들여 살 필요가 있겠느냐』며『정장이나 고급옷을 살 때는 백화점이나 이대路를 이용하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거의 이 곳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거리를 본격적인 명물거리로 활성화시켜 나가기 위해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몇몇 과제들이 남아있다.일단 거리의 이름이 없어 널리 알려지기가 어렵고,가뜩이나 좁은 길은 차들과몇몇 점포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메워져 움직이기조 차 힘든 상황이다. 편안한 쇼핑분위기조성,주변환경개선등 거리 전체차원의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곳을 찾은 고객.상인.시민들의한결같은 이야기였다.
〈金玄基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