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칼럼

골프클럽의 밸런스 1%를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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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팽이채는 손잡이가 무거워야 하고 나무공이는 손잡이 반대쪽이 무거워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프클럽도 그립 쪽을 무겁게 하는 경우가 있고 상대적으로 헤드 쪽을 무겁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골프에서는 스윙웨이트(swingweight), 혹은 밸런스(balance)라 부른다. 스윙웨이트는 골퍼가 스윙하는 느낌을 편안함과 불편함의 정도로 구분해 나타낸 값으로 클럽 전체의 무게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다.

이와 같은 개념은 1920년대 초에 미국의 로버트 애덤스가 처음으로 고안했다. 그 후 골프클럽의 수리 및 제조, 교육에 관한 지침서를 만들었던 랠프 맬트비가 이 개념을 더욱 발전시켰고, 그가 고안한 스윙웨이트 저울은 오늘날까지 대부분의 골프클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의 골프클럽 수리 지침서는 78년부터 미국 PGA에서 성서처럼 인용되고 있다.

스윙웨이트 값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12 및 14인치 방법이 있는데, 14인치 방법이 더 많이 사용된다. 그립 끝으로부터 14인치되는 위치에 지렛대 받침을 놓아 클럽을 올려놓으면 클럽은 헤드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때 그립 쪽의 추를 좌우로 이동해 클럽이 평형이 되는 추의 위치가 스윙웨이트 값이 된다. 상대적으로 헤드가 가장 가벼운 A0으로 시작해 A1…, B0, B1… 등으로 표시하는데, 헤드가 가장 무거운 것은 G10이며 모두 77개의 등급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에게는 C9에서 D2의 값을 권장하는데, 이 값은 대부분의 남성이 편하게 느끼는 범위다. 반면에 여성들은 C4에서 C7의 값을 갖는 클럽을 선호하는데, 비교적 헤드 쪽이 가벼운 것들이다. 프로들은 볼의 비거리를 늘리고 방향성을 좋게 하기 위해 헤드가 무거운 D3, D4, D5의 클럽을 많이 사용한다. 스윙웨이트 값이 몸에 맞지 않으면 통증이 생기고 일관성 있는 스윙을 할 수가 없기에 프로들은 스윙웨이트의 값을 선택하는 데 매우 신중하다.

헤드 2g, 그립 4g, 샤프트는 8g 정도가 각각 변함에 따라 스윙웨이트 값은 한 단계씩 변한다. 헤드나 샤프트 무게는 쉽게 바꿀 수 없지만, 그립은 손과의 접촉이 많아 닳게 되므로 착용감이 나빠져 자주 교환하게 된다. 드라이버 전체 무게는 378g 정도인데 이것의 약 1%인 4g의 그립 무게 변화가 스윙웨이트 값을 한 단계나 변경시킨다. 골프란 이처럼 매우 민감한 운동이다. 스윙웨이트 값이 한 단계라도 변하면 근육은 이것을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즉 갑자기 볼이 더 잘 맞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그립의 착용감이 재질에 따라 다양하듯 무게 또한 매우 다양하다. 그립의 무게는 약 30g에서부터 60g 정도가 있고, 그립 무게에 따라 스윙웨이트 값이 여덟 단계나 변할 수 있다. 착용감만 고려해 그립을 교체한다면 클럽 무게의 분포가 달라져 스윙웨이트 값이 변하기 때문에 근육은 이미 기억된 정보와의 차이로 혼란을 느끼게 된다. 지혜로운 골퍼라면 자신이 사용하는 클럽들이 동일한 스윙웨이트 값을 유지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팽이를 치는 우리들의 건강한 팔은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스윙웨이트의 값을 갖는 클럽이라 할 수 있다.

김선웅 고려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