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증시서 37조 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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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인들이 ‘셀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갈수록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했던 올 2분기에만 주식투자로 37조원(394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평가 이익을 챙겼다. 이는 지난해 1년간 평가이익 32조9000억원(353억5000만 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분기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다. 외국인은 2004년 이후에만 175조177억원(2096억9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남겼다. 내국인도 외국 증시에 투자해 4조원 가까운 평가이익을 거뒀으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거둔 것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6월 말 국제투자 현황(잠정)’에 따르면 6월 현재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잔액은 7485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3월 말보다 671억8000만 달러가 늘었다. 이 중 주식투자가 402억 달러(신규 투자 6조9000억 달러 포함) 늘었고 직접투자는 17억9000만 달러, 단기 차입을 포함한 기타투자는 125억7000만 달러가 각각 늘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팀 유병훈 차장은 “2분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국인이 투자한 주식의 평가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국인이 해외 주식투자로 올린 평가이익은 41억6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에 그쳤다. 해외 채권투자를 합한 전체 증권 투자 평가이익은 74억 달러로 1분기에 비해선 20배가량 급증했으나 외국인이 국내서 거둔 평가 이익에는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84억2000만 달러어치를 팔았으며 평가이익은 353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올 1분기엔 4억3000만 달러어치를 팔았고, 평가이익은 85억 달러였다. 이 같은 외국인의 ‘셀코리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은 “국내 증시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크게 올라 외국인들의 평가이익도 계속 불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익을 챙기기 위한 외국인의 ‘셀코리아’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중 아시아증시 가운데 한국에서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8월 국내 증시에서 95억77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일본(89억4400만 달러)·대만(52억500만 달러)·인도(18억6100만 달러)·태국(11억2400만 달러)·필리핀(5300만 달러)의 순매도를 웃돈다. 올 들어서만 145억 달러어치 넘게 팔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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