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기저런얘기] 전어튀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오늘 밤 애들 일찍 재우고 zzz, 맥주 한 캔에 추억튀김! ^^ 어때~?’
 남편의 뜬금없는 문자에 ‘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둘만의 암호 음식인 ‘추억튀김’에 대한 이야기는 7년 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결혼을 하고 저는 서울을 떠나 남편의 직장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창원 생활이 한 달쯤 지났을 때 친정어머니와 아버지가 불쑥 저의 집으로 내려 오셨습니다. 두 분이 딸자식 시집보내고 이것저것 무척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결혼 전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에게 밥 한 번 차려드린 적 없던 저였기에, 한 달 만에 보는 부모님에게 더욱 맛있는 것을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신랑이랑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모으다가 회로 결정했지요. 저의 아버지가 워낙 회를 좋아하시거든요. 게다가 창원은 바다와 가까워 싱싱한 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거든요. 아버지 상에 온갖 생선회를 푸짐하게 올렸습니다. 아버지는 그중에서 유독 전어만 골라 드셨습니다. “역시 가을 전어는 최고야. 씹을수록 고소하고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맛도 좋아.” 칭찬까지 곁들이셨습니다. 신랑은 다른 회가 남아 있는데도 시장에 다시 가서 전어회를 잔뜩 또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을 전어회를 잔뜩 드시고 서울로 올라가셨죠.

 부모님이 가신 그날 저녁, 외식을 하러 나가려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젯밤의 전어가 수북하게 남아 있더군요. 한 점을 꺼내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보니 어젯밤처럼 싱싱하지 않았어요.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매운탕을 끓일까”하고 신랑에게 물었습니다. “매운탕이 얼마나 어려운데…, 튀김은 할 줄 아니”라고 되묻더군요. 저를 은근히 무시한 신랑의 말에 발끈해 “오늘 저녁 외식은 접고, 대신 내가 전어 튀김을 한다”고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오~호, 진짜 맛있는데!” 그날 저의 아삭바삭한 전어 튀김에 신랑은 감동을 먹었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전어튀김을 ‘추억튀김’이라고 부르며, 가을이 올 때마다 신혼의 고소한 추억까지 담긴 전어를 튀깁니다.

(신은미·34·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재료(4인분 기준)=전어, 튀김가루 1/2컵, 물 1/2컵, 소금 1/2작은술, 후춧가루 1/2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소스(당근, 양파, 식초, 올리브오일, 설탕 1/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만드는 법=전어회를 준비해 물기를 제거한다. 튀김옷을 반죽해 전어회에 묻혀 170도 온도에서 바삭하고 노릇하게 두 번 튀겨낸다. 소스 재료를 모두 믹서에 넣고 간다. 전어 튀김에 소스를 곁들여낸다.

다음 주제는 다이어트에 얽힌 사연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다이어트 음식에 얽힌 사연’입니다. 맛있는 요리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가장 뛰어난 내용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과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과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