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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유통구조해부>1.파동이후 현장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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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수산물은 어떻게 해야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한가.농민이나 도시 소비자들의 가계를 위협하는 현재의 유통구조는 손질이 불가능한 것인가.유통혁신을 내세운 선진국들의 도매시장 정책과 제도는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잡는데 참고가 될것 이다.최근에 일어났던 국내 농산물 유통 혼란이후 市場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점검하고 주요국가의 도매시장 기능과 역할을 알아본다.
[편집자 註] 농수산물도매시장 중매인들의 중매거부로 촉발된 농산물 파동은 우리나라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결과를 빚었다. 8일 산지에서 출하된 상추와 배추의 가격이 유통과정에서어떻게 변했는지 현장을 추적해 본다.
8일 오후5시50분 대표적 상장.경매품목인 상추를 집단재배하고 있는 경기도하남시선동 생산농가들로 구성된 둔지작목반원(반장金範洙.40)들의 상추밭.오전8시부터 인부들을 동원해 공동출하작업을 벌인 둔지작목반원들은 박스포장한 상추를 트럭에 싣고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이날 출하된 4㎏ 상자당 상추 가격은 생산비에 운송비(상차비+트럭사용료=상자당 1백50원)를 더해 평균 2천3백원.
수집상을 안거치고 직접 가락동까지 상추를 싣고 간 둔지작목반원들이 오후6시15분 시장내 지정도매법인인 동화청과회사 상추경매장에 도착하자 하역노조원들이 10분도 안걸려 트럭에 있던 상추박스들을 경매장에 차곡차곡 쌓았다.
하역노조원들이 상추박스를 내려 쌓는 것도 유통비용으로 상자당40원씩을 생산자들이 물게 되어있다.
이어 8시쯤 경매가 시작돼 둔지작목반원들이 출하한 상추의 경락가격은 상자당 4천~5천2백원으로 평균 가격은 4천7백원 정도였다. 이날 도매시장내 4개 청과회사의 상추 경락가격은 2천7백~5천7백원 사이에 형성돼 평균적으로 4천7백원선에 경락됐다. 상추를 경락받은 중매인들은 상추박스들을 자신들의 상회로 옮겼는데 리어카를 이용해 박스를 운반하는 비용은 박스당 40원. 또 경매과정에서 지정도매법인들은 상추 1박스에 2백82원의상장수수료(경락가의 6%)와 40원의 청소비를 생산자에게 부담시켰다. 중매인들은 경락받은 상추의 대부분을 3백원(5천원미만경락 상추)내지 5백원(5천원이상)의 이윤을 붙여 시장내 직판상인들에게 넘겼다.
중매인들과 소매상을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중간상인 직판상인들은 9일 오전4~6시까지 서울시내에서 찾아온 소매상인들에게 상추를 상자당 6천원씩에 넘겼으며,소매상들은 다시 2천원정도의 이윤을 남기고 8천원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산지 에서 2천3백원에 출하된 상추 1상자가 소비자들에겐 3.5배의 가격으로 팔린 셈.
8일 오후4시 충남서산군해미면억대리 농민 朴기정씨(49)의 배추밭.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중매인으로부터 배추물량 확보를7일 의뢰받은 중간수집상 徐모씨(49)가 이날 오전6시부터 인부들을 동원해 뽑기 시작한 배추가 4.5t트럭 1대에 실려 서울로 출발했다.
배추재배 농민 朴씨가 徐씨를 통해 받은 1트럭의 배추 값은 90만원.
트럭에 2천5백포기가 실렸으니 생산비 90만원에 상차비 17만원과 트럭운반비 17만원,徐씨에게 줄 2만원의 소개료등 36만원을 더한 출하가는 포기당 5백4원 꼴이다.
오후8시30분 서울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도착해 중매인 金모씨에게 인계된 배추트럭은 트럭째 시장외부 배송주차장에서 수의매매가 이뤄져 1백40만원(포기당 5백60원)에 직판상인에게 넘겨졌다. 중매인은 이 과정에서 도매가의 2%인 2만8천원을 시장이용료로 도매법인에 납부했다.
직판상인은 트럭에 있던 배추를 내려 분류작업(1인당 5만원씩2명=10만원)을 벌인뒤 운반비 5만원을 들여 도매시장내에있는자신의 상점으로 가져가며 청소비로 1만5천원을 냈다.
직판상인은 이어 9일 오전4~7시까지 소매상인들에게 트럭 1대에 1백80만원(포기당 7백20원)꼴로 판매를 했고,소매상인들은 각 지역에서 소비자들에게 포기당 1천원에 해미산 배추를 판매했다.
이같은 상추와 배추의 유통과정을 살펴보면 유통비용이 생산원가보다 높아 배보다 배꼽이 더큰 결과를 빚은 것으로 볼수 있다.
더구나 경매가 이뤄지는 상추의 경우 유사한 품질의 경락가격이2천7백원에서 5천7백원까지 차이가 나는등 도매시장이 반입물량조사와 수급조절 기능을 거의 갖추지 못해 가격체계가 들쭉날쭉,결과적으로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金賢泰.李哲熙.申容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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