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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6년 미국에 전국적 컴퓨터 네트웨크인 「시니어 네트」라는 회사가 창립됐다. 이 회사는 노년층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그들에게 활력과 교양을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연간 25달러만 내면 각종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받아 컴퓨터 기술을 배우고 모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매달 9달러95센트만 내면 전국에 산재한 「시니어 네트」 교육센터를 자유롭게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회사에 가입한 노인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현재 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는데,이들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문제들을 격의없이 토론함으로써 교양을 쌓고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년층간의 교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컴퓨터를 통해 사랑을 나누거나 맺어지는 남녀 노인 커플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63세의 한 과부와 76세의 한 홀아비는 매일 여러시간동안 스크린을 통해 서로간에 「삶의 고달픔」을 하소연하다가 그것이 「사랑」으로 발전했고,몇차례 데이트를 즐긴뒤 마침내 결합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실버산업」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것은 평균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난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의 일이지만 근자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실버산업은 버텨나갈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에 업계에서 치열한 머리싸움을 유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로시설·노인용품·레저타운 등 실버산업이 유망한 업종으로 각광받더니 최근에는 은행·보험회사·백화점들까지 뛰어들어 「뉴 실버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10여개 민간기업들이 건설을 추진중인 「실버타운」도 그중의 하나다. 양로원과 비슷하지만 종래의 양로원이 대부분 공공기관에 의해 설치·운영됨으로써 서비스 등의 문제로 당사자들이 들어가기를 꺼렸던 반면 「실버타운」은 돈은 받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돈만 있으면 앞으로 노인들도 노후의 안락을 즐길 수 있게된 셈이지만,그렇다해도 자식들에 의해 따뜻한 보살핌을 받느니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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