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으로 사기업 보조/미 경쟁력강화 지원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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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수서 상업기술 개발로 정책전환/부시 정부때보다 예산 4배나 늘려
미국정부가 거둔 세금으로 민간기업을 지원한다는 기사가 최근 미국언론에 연속 보도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종래의 전통적인 정책방행과는 크게 다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뉴욕 타임스지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미국기업들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향후 수년동안 민간기업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방향전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최근 클린턴 정부가 정부예산 10억달러를 「컴퓨터용 평판스크린」에 지원키로 결정한 것이 바로 그러한 시작의 증거라는 것이다. 군수산업에만 국한했던 정부지원을 앞으로는 민간기업의 상업기술 개발쪽으로 과감하게 전환시켜 나간다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다.
물론 그동안 국가적인 주요 기술개발 사업에는 재정자금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이것들은 주로 안보와 관련된 군수산업 위주였으며,그것도 연구개발분야에만 국한되어왔지만 이젠 개인기업의 상업적인 기술개발에도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겠다는 이야기다.
미국사회의 기존 통념으로는 정부 돈으로 개인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은 금기시해왔다. 돈도 돈이지만 기술개발은 어디까지나 개인기업의 상업적인 경쟁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특히 정부가 개인기업에 지원할 경우에는 오히려 민간기업의 창의성을 떨어뜨리며 정부가 기업활동에 개입할수록 생산성과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미국의 대다수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가 최근들어 펴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그게 아니다. 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쪽의 방향을 확고히하면서 이를 실천에 옮겨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부시 정부와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부시 때는 연방연구예산(2백50억달러)의 5%만을 민간기업에 할애했던 것을 클린턴 정부에 들어와서는 20%로 4배 수준에 늘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부처별로 보면 국방예산이 첫번째 주목의 대상이다. 미 국방부가 기술개발자금 이름으로 민간기업에 금년중에 지원해주는 돈은 4억7천만달러에 달한다.
상공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원이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벌이는 기술개발자금도 금년에는 2억달러에 불과하지만 97년에는 7억5천만달러로 불어나게 되어있다. 에너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공해 「클린 카」 개발사업에도 민간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나간다.
이같은 정부당국의 강력한 산업정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의회의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는 개인기업간에 벌어질 정치적 흥정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뉴욕=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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