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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 곤혹 … 내 판단에 자신감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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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연루 의혹.과 관련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연합 뉴스],[뉴시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연루 의혹과 관련해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진 것"이라며 "참 난감하게 됐고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에 무척 당황스럽고, 매우 힘들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특히 대국민 사과 여부와 관련해 "일부 비서진에서 국민들께 입장을 표명하자는 건의를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제가 입장을 표명하면 또 난감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주선한 자리에서 뇌물이 건네진 사실을 거론한 뒤 "검찰 수사 결과 그에게 심각한 불법 행위가 있다면 '이것은 측근 비리'라고 이름을 붙여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그 사람과의 관계로 보아 제가 (나중에)사과라도 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문답 요지. (※부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변 전 실장 문제 등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의혹'(※지난달 31일 한국방송PD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난감하게 됐다. 제가 매우 황당한 것은, 믿음을 무겁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서 믿음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난감할지 여러분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입장이 곤혹스럽고 어렵지만 검찰 수사를 기다려 말씀드리려고 한다. 궁금하겠지만 기다려 달라."

-대통령의 측근인 정 전 비서관과 관련한 의혹(※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와 정상곤 전 부동산납세관리국장 사이의 뇌물 수수를 주선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데.

"1987년 이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고 88년에 내가 국회의원 입후보했을 때 연설 기법에 관해 저를 도와줬던 아주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본인(※정 전 비서관)도 유감스럽다고 사과했지만 그 정도로 책임이 끝나는 일인지 숨겨진 뭐가 더 있는지는 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짐작은 제 가슴 속에만 갖고 있지 표명할 수 없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고소 사건(※청와대가 '이명박 죽이기 청와대 정치 공작설' 발언을 문제 삼아 7일 이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계속 진행할 것인가.

"정치가 성역인가.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범법행위를 용납하라는 게 무슨 논리인가. 공작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사실이 저와 참여정부의 핵심 가치다. 이 가치를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했지 않았나. 여권에서도 선거에 도움이 안 되니 고소하지 말라고 하는데, '당신들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원칙 있는 승리라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솔직히 말해 원칙 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저는 별 관심이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가 청와대의 경선 개입설(※손 후보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권력 고위인사들이 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함)을 주장하는데.

"손학규씨 요새 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졸렬한 전략이고, 필패전략 아닌가. 제가 아무리 지지도가 낮지만 그래도 제 정치적 신념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제안하나.

"선언도 있을 수 있고, 협상의 개시도 있을 수 있다. 평화체제는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다. 북핵 문제를 하도 많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그것이 1순위만큼 중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이미 (※6자회담에서)그 문제는 풀려가고 있는 객관적 상황이라서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어떻게 한번 시빗거리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방식의 북핵 문제 강조는 한반도 평화,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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