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방송의 쌍방향통신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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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얼마전 YWCA 강당에서 텔레비전 제작자와 시청자 대표들의 만남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내게 맡겨진 발제 내용은「방송의 이상과 현실」이었다.간추려 이야기하면「방송의 이상」은 그것을 만드는 이나 보는 이 모두가 진정한 의미에서 즐거워 지는 것이고그에 반해「방송의 현실」은 제작자나 시청자 공히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어느 프로듀서가 시청자들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하는 가학증 환자가 되고 싶겠는가.다만 시청자의 욕구를 읽는 지혜가 모자란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대상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깊고 넓게 꿰뚫어 절제하지 못함이 둘 사이의 관계를 오히려 어긋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지 않은가,나는 짐작할 뿐이다.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TV청년내각』에 대해 컴퓨터통신을 통해들어온 의견 중에는『PD님.시청자는 냉정합니다』라는 제목의 비판도 있었다.그 요지는『코미디도 아니고 교양물도 아니고 어정쩡하다.웃기려면 확실히 웃기든가,정보를 주려면 보 다 진지하게 주제에 접근하라』는 내용이었다.
화가 나있는 사람 앞에서 그저 침묵하고만 있으면 증오감만 더해줄 수 있으므로 제작자 입장에서 변명한다면『웃음 만들기에 익숙해 있는 기존의 코미디언들을 한 명도 참여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연예인과 대다수 아마추어 출연자들에게 웃 음도 주고 정보도 놓치지 않으려 시도한 것이 무리수였다.욕심을 줄이고 하나하나씩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해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제 방송은 제작자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볼테면 보고 말테면 말라』는 투의 일방통행식시대에서 「생산자」(프로듀서)와「소비자」(시청자)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그 양자는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쌍방향 통신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나는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누려야할 즐거움의 정체에 대해서 보다 전문적이고 설득력있게 연구하지 않으면 온전하게 살아남기 어렵겠구나 하는 긴장감도 아울러 느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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