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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낫지 않던 우울증 아침형 생활로 이겨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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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공하려면 아침부터 정복해야 한다는 '아침형 인간' 바람이 새해 들어서도 여전하다. 관련 서적들도 여럿 나왔다. 그 중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한스미디어), '아침형 인간의 비밀'(아카데미북), '아침형 인간 성공기'(21세기북스) 등의 책을 쓴 사이쇼 히로시(稅所弘.52.사진)는 일본에서도 '아침 전도사'로 통한다. 도쿄(東京)에서 그를 만났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사이쇼 히로시는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인사하면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도쿄 시부야(澁谷)구의 '일찍 일어나기 심신의학연구소'에서다. 그의 신념은 '수면시간은 밤 11시~새벽 5시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책대로 하다가 실패한 뒤 스트레스가 더 쌓인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까 무조건 아침이 좋다는 주장은 무리 아닌가"라고 따져보았다. 뜻밖에도 "일리 있는 얘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대신 "그래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생활하고 싶다면 아침형이 낫다"고 강조했다. 강해지고 싶고, 생활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아침형을 택하라는 취지며, 모두 따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을 예로 들며 "사자는 하루 20시간을 잠자는 등 동물마다 생활패턴이 다른데, 해가 뜰 때 일어나야 컨디션이 최상인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대의 실험 결과도 인용했다. '밤 11시~새벽 5시에 잠자는 사람과 새벽 3~5시부터 낮 12시까지 잠자는 사람의 하루 중 집중력이 높은 시간을 분석한 결과 아침형 사람의 집중력 시간(오후 1~5시)이 저녁형 사람(오후 9~11시)의 두배였다'는 것이다.

그는 "아침형으로 바꿀 때는 무리해선 안 된다"며 "특히 저녁형 사람이 갑자기 새벽 5시에 일어나겠다고 평소보다 일찍 자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평소대로 잠자리에 들면서 조금씩 일찍 일어나다 보면 자연히 일찍 자게 된다는 것이다. 직업상 밤을 새워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걱정할 필요 없다"며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이쇼에게 "저녁형 생활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웃으면서 "극단적인 아침형 생활과 저녁형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어 밤의 즐거움을 잘 안다"고 털어놓았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아침형 생활을 했다. 어릴 때는 새벽 5시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무조건 40분 정도 산책을 했다."

중학생부터 30세까지는 올빼미 생활이었다고 한다. "새벽 5시까지 라디오 프로를 듣거나 도박에 빠진 적도 있다. 그러다 우울증에 걸렸는데, 약으로도 낫지 않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아침형 생활을 재개한 뒤 우울증이 나았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잔다. 일어나 산책한 뒤 연구소에서 주로 책을 쓴다. 저서는 무려 90여권. 그의 생활에선 산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스는 20분.40분.1시간30분 등 세 종류. 산책할 때는 녹음기를 가져간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녹음하고, 연구소로 돌아와 메모를 한다.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은 일본에서 3만여부 팔렸다. 한국에선 45만부나 팔려 기쁘다고 했다. 한국인이 더 적극적이어서일까. 사이쇼는 "문화적 차이는 별로 없을 텐데…"라며 그 이유를 궁금해 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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