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조치」할까 말까/청와대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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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 일각 “대대적 당정개편 통해 위기돌파” 주장/부작용 엄청나 아직 신중론 우세
28일 밤 국회에서 벌어진 「소동」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표정은 아주 착잡하다.
개탄의 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김영삼대통령이 지금까지 구상해온 것과는 다른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회의 총리인준이 끝나는대로 최소한의 내각개편을 한뒤 경제회생을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계획에서 일대 선회,민심수습 차원의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하고 대담한 정책을 제시하는 등 국면전환을 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직은 『뭣때문에,누구 좋으라고 정국을 뒤흔드는 시도를 하느냐』는 주장이 다수지만 국회가 29일에도 파행을 거듭한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개편의 폭이 확대될 경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기조를 흔들 위험이 있다.
또 사태가 이 지경으로 발전되기까지 민주당이 왔다갔다 한데는 민주당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외부세력에 대한 원망도 섞여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일각에선 29일중에도 총리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아 「총리서리」 정국이 불가피하게 되면 김 대통령으로서도 강수를 구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야당의 구태를 비난하기에 앞서 이같은 정책조정 난조·내부갈등 등 「총체적 위기」 상황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의 대대적인 수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획기적인 정책대안 제시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 정치권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이같은 극단의 상황예측과 관련,김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폭적인 여권진용 개편 등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정국을 일대 전환시켜 보자는 의견이 민주계를 중심으로 강력히 대두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측근은 이러한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될 엄청난 부작용을 간과한 것이라면서 「아직은」 소수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잘 풀려 나가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게 분명한데 왜 무모한 시험을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지난 27일의 신경제추진회의에서 정책기조의 지속과 경제각료들의 유임을 강력히 시사한 사실 등을 적시하면서 「무리」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현재의 청와대 수석진에도 하등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여권진용을 전면 뜯어고치고 정책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야당에 대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인데 김 대통령의 고집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여권내부에서도 시국인식이 엇갈리는 형편으로 민주계를 주축으로한 대전환론자들은 29일 국회가 설령 잘 넘어가더라도 현재의 진용으로는 나아질게 없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편의 불씨와 이에 따른 갈등요인은 계속 남을게 분명하다.
주돈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이영덕 총리내정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는대로 후속개각을 단행하고,확대 국무위원 조찬내지 오찬간담회를 갖고 새출발을 위한 심기일전을 다짐할 것이라며 「평상」의 대처를 강조했는데,결국 29일 국회가 정국의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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