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행국회/텅빈 관가/자정넘게 소모적 공방만 계속/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평일 체육대회… 민원인 헛걸음/과천
○회기 하루연장
▷국회◁
국회가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에 발목잡혀 총리인준 등 안건처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연장을 거듭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이만섭 국회의장 직권으로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 더 연장한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영덕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상무대 국정조사계획서를 처리할 예정이나 증인 선정문제가 걸려 역시 정상처리가 불투명하다.<관계기사 3면>
여야 정쟁과 국회 파행으로 1주일이 넘게 총리인준이 안되고 통일부총리가 공석이 되어 UR대책·북핵 등 시급한 국정문제가 방치되고 있어 정치권의 비능률과 낭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민자·민주 양당은 29일 오전 총무회담을 재개,마지막 쟁점인 상무대 증인선정 절충을 계속했으나 팽팽한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민자당은 상무대의 증인은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는 당초 회기 마지막날인 28일 총리인준안,상무대 정치자금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일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상무대 증인 절충에 실패,이날 밤 이 의장 직권으로 회기를 하루 더 연장했다. 이 의장은 민자·민주당의 총무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오후 11시15분 본회의를 속개한뒤 총리인준안·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직권 상정했으나 야당의 의사진행 방해로 표결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의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여야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시간을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후 11시52분쯤 회기를 29일까지 연장했다. 야당이 내놓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안건접수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토록 국회법 규정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박보균기자>
○예고없이 “휴무”
▷관가◁
경기도 화성군 마도면 슬항리에서 농사를 짓는 이학모씨(65)는 29일 오전 10시 과천청사의 건설부를 찾았으나 허탕치고 돌아가야 했다. 이씨를 맞은 것은 건설부 공무원이 아니라 안내동에 붙어있는 휴무 안내문이었다.
이씨는 『우리 마을에 염료공단이 생긴다는 지방신문 기사를 며칠전에 읽고 사실인지 알아보고 그런 공단이 들어서면 안된다는 항의도 할겸 오늘 새벽 이웃 두사람과 함께 과천에 왔다』며 『평일이라 당연히 일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김동진씨(43·서울 서초동)도 이날 오전 10시20분쯤 공장설립 문제로 상공자원부 산업배치과에 수도권내 공장설립에 관한 공업배치법 개정내용을 알아보러 왔다가 역시 허탕쳤다.
김씨는 『먼저 전화를 걸어보고 왔어야 했는데…』라며 『그래도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공고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과천 안내동의 각부처 안내 데스크 위에는 1주일전부터 「국민체육진흥법 제7조에 따라 우리부는 29일 체육행사 관계로 휴무합니다」라는 가로 40㎝·세로 30㎞쯤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으로 국회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부의 상당부서가 일제히 체육행사를 가짐으로써 이처럼 행정 공백상태를 빚고 있다.
정부의 체육행사는 공무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나 민원이 몰리는 주요부처의 행정휴무 사실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고지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29일 문화체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중앙행정기관 및 시·도 등에 체육주간 행사계획을 마련토록 했으며 이에 따라 29일 하룻동안에만 경제기획원·상공자원부·농림수산부·법무부·내무부·문화체육부·교통부·보사부·노동부·환경처·건설부·과기처·공업진흥청·관세청·특허청 등 12개 부처 및 기타 청단우 행정부서,관련 산하기관들이 일제히 체육행사를 실시했다.
총리실은 지난 23일 이회창 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태릉선수촌에서 체육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이 전 총리 사임에 따라 무산됐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매년 봄·가을 하루씩 날을 잡아 실시하는 공무원 체육행사를 혹시 업무공백 가중이나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하는 모습으로 이해해선 정말 곤란하다』며 『공무원도 어디까지나 직장인의 한사람이며 능률적으로 업무수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도 건강증진을 통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체육행사는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나 각 부처가 행정휴무 내용을 공공매체를 통해 사전에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어려움을 빚고 있다.
일부 행정부처는 청사 안내동에 휴무 사실을 게시해놓았으나 청사를 출입하지 않는 민원인들에겐 그 내용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29일 오전 과천청사의 경우 휴무사실을 모르고 민원서류를 들고온 사람들이 부처마다 5∼10여명씩 눈에 띄었다.
교통부·환경처·노동부 등은 민원실에 직원 1∼2명을 배치했으나 서류접수만 될뿐 처리는 안되고 있다.<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