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월드컵 검은 돌풍 카메룬 축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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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검은 돌풍」을 일으켰던 카메룬 축구대표팀이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실력을 선보인다.
오는 5월1일(잠실), 3일(창원)한국 월드컵대표팀과 두차례평가전을 갖는 카메룬은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아르헨티나를꺾은데 이어 16강전에서 콜롬비아마저 누르고 8강에 진출,대파란을 일으킨 주역이다.
당시 38세였던 노장 로저 밀러는 카메룬의 영웅이 됐다.
94미국 월드컵에서는 강호 브라질.러시아.스웨덴과 함께 B조에 속해 역경이 예상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한차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젠 42세의 할아버지(?)인 밀러도 온 국민의 압력에 의해다시 대표팀에 복귀했다.그러나 카메룬은 그 흔한 생수 한 병 없는 열악한 조건속에서 기적을 꿈꾸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제도 엉망이 돼버려 위생상태가 형편없는 우물물을 마셔가며 훈련한다.
지난해 10월 짐바브웨와의 아프리카지역 예선때는 선수들이 대우 개선을 요구하며 48시간동안 스트라이크를 벌였지만 나아진 것은 털끝 만큼도 없다.
체육부나 축구협회의 정치적 불화로 기본적인 후원마저 지연되고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보낸 1억6백만 카메룬 프랑(약1억5천만원)마저 없어진지 오래다.
후원금이 30억 카메룬프랑에 이르지만 그 역시 대통령의 자문위원회나 정부.관광.언론.축구협회 임원은 물론 일부 예술가들까지 포함된 대규모 축구사절단을 위해 대부분 사용될 것으로 알려져 축구팀에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프랑스 출신 앙리 미셸 감독은 이곳 저곳에 구걸하며 연습장도 구하고 경비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프랑스 클레르퐁텐의 훈련센터에서 공짜로 연습해왔고한국과의 평가전에는 후원사인 문화방송으로부터 항공료.숙박비 외에 16만달러(약1억3천만원)의 개런티를 받게 됐다.
카메룬은 한국과의 평가전이 끝나면 곧바로 홍콩으로 건너가 역시 대전료를 받고 친선경기를 벌인후 9일에는 아테네로 날아가 그리스.불가리아와 평가전을 치르는 강행군을 한다.
남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전지훈련을 한다,평가전을 갖는다하면서 월드컵 대비를 하는 동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강행군 하는 카메룬이 과연 미국 월드컵에서도「검은 대륙의 돌풍」을 일으킬수 있을지 관 심이 쏠리고 있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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