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섭 교수에게 들어본 '독서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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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 전기·고전 등만 집착말고
관심있는 책부터 읽게해야

“엄마가 시켜서,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독서는 아이에게 ‘수박 겉핥기식 책읽기’를 강요하는 것밖에는 안 됩니다.”
해가 거듭할 수록 각종 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4~5세 된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이끌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가 하면 일부 가정에서는 독서시간을 정해놓고 아이의 바깥출입조차 금하기도 한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심리학·사진) 교수는 그러나 “아이 스스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과 의지가 없는데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책을 읽는 것은 오히려 창의력 향상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송 교수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특성에 맞는 학습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독서의 경우도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선택해 읽고, 독서 후 느낀 생각과 감정을 부모와 토론해 보는 과정을 통해 책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니?” “훌륭한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배웠구나. 이 장군에 대해 더 알고 싶지 않니?” 등의 대화를 통해 부모는 아이에게 한 주제나 인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 스스로 이와 관련된 책을 골라 읽도록 해야 한다는 것. 송 교수는 또 책을 읽은 후에는 “책 내용은 재미있었어? 어떤 점이 재미있었어? 이순신 장군은 그 당시에 왜 그런 행동을 하셨을까?” 등의 질문을 던져 아이가 책을 읽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부모가 교육의 주체가 되지 말고 아이의 교육을 위한 보조자·상담자가 돼야 한다”며 “아이가 좋은 책을 읽도록 유도하고,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논리력과 어휘력, 창의력, 사고력 등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에게 위인전기나 고전만을 읽히려고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분야를 파악하고, 그 분야와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심있는 분야의 독서를 통해 흥미를 유발한 뒤 책의 종류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읽은 책과 느낀 점 등을 정리한 독서다이어리를 만들면 중·고등학교에서 논술 준비를 할 때도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며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어떤 책을 골라 읽고, 책에서 말하는 요지를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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