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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 멕시코洲 음주운전 最多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미국 서부지역 고속도로를 달리노라면 장대한 산악.대평원.사막등으로 어우러진 장관을 만끽하게 된다.
이 곳에는 경찰의 단속도 뜸해 서부의 광활한 지역을 자동차로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운전하면서 한잔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들 서부지역의 음주운전 적발 빈도는 줄곧 미국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서부지역 중에서도 뉴멕시코州가 자랑하는 화려한 경관들은 운전자들의 음주 충동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 조사결과는 대개 미국인들이 평생 음주운전 사고에 말려들 확률이 평균 40%정도인데 비해 뉴멕시코州주민들은 2배가 넘는 평균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뉴멕시코州가 미국내에서 음주운전 사례가 가장 빈발하는지역인 까닭은 이 지역의 고속도로를 따라 전개되는 멋진 경관이운전자의 음주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고속도로상에서 운전자들에게 버젓이 술을 파는 주류판매점이 3백26군 데나 영업중인데더 큰 원인이 있다.특히 뉴멕시코州 최대도시 앨버커키 주변의 고속도로 주류판매점들의 경우 3개 점포중 1곳에서 미성년자들에게도 서슴없이 술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대다수 州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주류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여기에다 뉴멕시코州의 관대한 음주운전 규제기준도 고속도로에서음주운전이 끊이지 않게 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자들의 천국인 뉴멕시코州에도 지난 92년 크리스마스 직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단속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이 사고는 음주운전자의 차량이 어머니와 세 자녀가 탄 승용차와 충돌,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사망한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뉴멕시코州의 톰 우달 검찰총장은 빗발치는 여론을 등에 업고 강화된 음주운전 방지법 시안을 마련,지난해 3월 州의회의 입법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州의회에서 통과된 음주운전 방지법의 골자는 혈중알콜 허용치를정상인이 빈속에 맥주 5캔의 양을 마신뒤 나타나는 혈중알콜량인0.10%에서 0.08%로 낮추었으며 음주운전자는 반드시 24시간 구속한 뒤 상습위반 여부를 가려 초범일 경우 치료처분을 의무화했다.
주류에 부과하는 주세도 87%로 대폭 인상,주머니 사정이 든든하지 못한 주로 미성년자의 음주를 막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밖에 음주운전 전력을 컴퓨터에 입력,상습자와 타지역 음주운전자에 대한 단속의 효율성을 제고시켰으며 운전면허시험 교육과정에 음주운전의 위험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주운전의 가장 큰 원인인 고속도로 상의 주류판매점을 폐쇄하는 계획안은 州의회가 뉴멕시코州 주류협회의 강력한 로비에 말려 현재의 판매점 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는다는 선의 타협안을 통과시키는데 그치고 말았다.
주류업자들이 음주운전 방지법의 핵심인 고속도로 주류판매점 폐쇄안을 저지시켜 음주운전 방지법을「속빈 강정」으로 만들어 버린뉴멕시코州는 음주운전자들의 천국이 아니라 주류업자들의 천국임에틀림없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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