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 평행봉 세계 정상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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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조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대은이 평행봉에서 날렵한 동작으로 금메달 연기를 펼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AP=연합뉴스]

김대은(23.전남도청)이 기계체조 평행봉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김대은은 9일 밤(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벌어진 제40회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평행봉에서 우승, 한국에 8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다. 개인 종목별 결선 평행봉 부문에서 16.250점을 획득, 슬로바키아의 미트야 페트코프섹과 함께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체조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9년 중국 톈진 대회에서 현 남자 대표팀 감독인 이주형씨가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딴 뒤 꼭 8년 만이다. 이로써 김대은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대은은 3년 전 아테네 올림픽 개인 종합에서 은메달을 땄고 전날 개인 종합에서도 5위에 올랐다.

김대은은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평행봉에서도 우승, 양태영(27).유원철(23.이상 포스코건설)과 함께 평행봉 3인방을 형성하고 있다.

예선에서 16.025점을 받아 7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른 김대은은 이날 여섯 번째 주자로 연기에 나서 봉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매끄러운 연기로 양웨이(중국)의 2연패 및 대회 3관왕을 가로막고 단상의 주인공이 됐다. 양웨이가 연기 시작과 동시에 균형을 잃어 감점받은 것도 김대은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전 종목에서 고루 강세를 보여온 김대은이지만 평행봉 전문가인 이주형 감독이 올해 초 사령탑에 오른 뒤 평행봉에서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이날 결선에서 지난해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자 유원철에게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그보다 훨씬 자신 있고 정갈한 연기를 펼친 김대은이 우승하는 값진 수확을 얻었다. 유원철은 15.975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충형 기자

◆김대은=양태영과 함께 남자체조의 양대 축이다. 대학에 와서야 기량이 만개한 대기만성형 스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종합 은메달을 따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심판 오심 파문으로 당시 동메달에 그친 양태영과 함께 한국 체조의 쌍두마차로 활약해 왔다. 특히 마루운동-안마-링-도마-평행봉-철봉 등 6종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로 내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보배로 꼽힌다. 올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컵 시리즈 평행봉에서 5위를 차지하며 꾸준한 기량을 과시한 김대은은 이번 세계 대회에서 유연한 몸놀림과 완벽한 기술을 동시에 선보이며 한국 체조가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는 데 기폭제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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