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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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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앨런 그린스펀(사진)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에 글로벌 증시가 다시 한번 출렁였다.

그린스펀은 7일(현지시간) 미 학술지 '브루킹스 페이퍼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현 금융위기는 1987년 주가 대폭락(블랙먼데이),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린스펀은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 경색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과거와 같은 대형 금융위기가 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도취감은 경기확장을, 두려움은 경기수축을 불러 들인다"며 "지금은 도취감이 아닌 두려움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품은 금리조정으로 제거할 수 없다"며 "인류는 거품과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의 발언이 전해진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1% 이상 하락했고 이어 열린 유럽증시도 2% 이상 떨어졌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249.97포인트(1.87%) 하락한 13113.38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48.62포인트(1.86%) 내린 2565.70을 기록했다. 영국 FTSE 100지수는 7일 전날보다 122.10포인트(1.93%) 떨어진 6191.20, 독일 DAX지수는 185.09포인트(2.43%) 내린 7436.63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CAC 40지수도 5430.10으로 146.52포인트(2.63%) 떨어졌다.

이날 증시 급락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됐다는 미 정부 발표가 그린스펀의 발언과 맞물리면서 촉발됐다. 미 노동부는 8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가 전월보다 4000여 개 줄어들었다고 7일 발표했다. 비농업부문 고용자가 줄어든 것은 200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와 소매업 고용은 늘었지만 제조업부문 고용이 4만6000명 줄어 2003년 7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감소했고 건설부문도 2만2000명 줄었다. 당초 10만여 명 증가가 예상되던 비농업부문 고용지수가 예상과 반대로 4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월가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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