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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바둑산책>韓.日대결 동양증권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제5기 동양증권배」결승 5번승부가 韓日간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한국의 曺薰鉉9단과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이그 주인공이다.
지난 18,20일 이틀간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에서 열린 준결승 3번승부에서 曺9단은 중국의 녜웨이핑(섭衛平)9단을,요다9단은 한국의 劉昌赫6단을 각각 2-0으로 셧아웃시키고 대망의결승에 진출한 것.
『주최측으로서야 잘된일 아닙니까.
한국선수가 결승에 올랐으니 말입니다.
중국팀 임원의 말처럼 갈수록 흥미진진한 대진이 이루어져 문자그대로 점입가경입니다.』흥행(광고효과)면에서도 대성공이라며 동양증권사의 임원들은 희색이 만면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曺9단이 이겨주는 일 뿐이다.국내기전에선 비록 어린 제자에게「형편무인지경」으로 당하며 지낼망정 세계무대에서는 여전히 위엄과 체통을 지키는「바둑황제」가 아닌가.
이번 준결승도 거듭 불리했으나 불같은 투혼을 발휘,연승을 낚아냄으로써 솜씨가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국내 타이틀은 제가 알아서 거두겠습니다.
선생님은 세계타이틀에나 전념하세요』라는 제자의 부탁을 받기라도 한걸까.
曺.요다 두 사람의 결승대결은 매우 운명적인 인상이다.曺9단도「동양증권배」결승에 첫 진출이요,요다9단은 난생처음「세계선수권전」 결승에 오른 것.어떤 의미에서 요다는 한국이 키워준 기사다.수년전 李昌鎬와의 논타이틀 5번승부라는 일본 측 제의에 말려든(?)것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강타자들이 돌아가면서 그의 기세를 돋워줬으니 말이다.
劉6단은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너졌다.시간도 많이 남기고 내용도 불충실했으니 웬일일까.투지와 집념이 결여된 느낌이 들 정도여서 옆자리의 曺9단과는 크게 대조적이었다.한편 제3회때부터 참가한 섭9단은 3년 연속 4강에 올랐으나 린하이 펑(林海峯)9단에게 0-2,趙治勳9단에게 0-2,曺9단에게 0-2로 번번이 고배를 들었으니 딱하다.
『요즘 중국바둑의 불꽃이 꺼진것 같지요.』일본의 원로기사 가노 요시노리(加納嘉德)9단이 한국 바둑의 개척자 趙南哲선생께 동의를 구하듯 말을 걸었다.그동안 바둑을 전적으로 국가에서 관리해왔으나 올해부터 달라졌다는것.『세계 최대규모의 회 관도 마련해줬으니 자급자족을 궁극적 목표로 삼으라』며 중국정부에서 지원하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중국바둑협회」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가뜩이나 한국기사들의 위세에 눌려 고전하던 터에 정부지원마저크게 줄었으니 더욱 풀이 죽을 수밖에.남의 일 같지않게 걱정이된다.중국 바둑이 페이스를 되찾아 한.중.일 세나라가「솥발(鼎足)형세」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 도 바람직스럽기때문이다.
결승 제1,2국은 5월16,18일 부산에서,제3,4,5국은 6월20,22,24일 서울에서 두어질 예정이다.요다는 5연승으로 승승장구하다 曺9단의 철퇴일격에 천길나락으로 떨어졌던 지난번 眞露盃의 악몽을 떨치지 못할 것이고,바로 그 점이 그를 괴롭히는「마음의 敵」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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