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에서 일단 벗어나면서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도 다시 쑥쑥 불어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지난 주말까지 수익률은 평균 37%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박’이라 부를 만하다.
최고의 수익을 낸 펀드는 한국밸류자산의 ‘10년투자주식’이다. 수익률이 무려 53%에 달한다. 그러나 이 펀드를 굴리는 이채원 전무는 “비정상적인 수익”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무가 지난해 이 펀드를 처음 만들면서 설정해둔 목표 수익률은 연간 10∼15% 선이었다고 한다.
이 전무는 “올 상반기와 같은 시세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증권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객 상당수가 연 40∼50%의 수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불렀던 게 투자의 역사였다.
그러면 펀드나 주식에 투자할 때 목표 수익은 어느 정도로 설정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시중 실세 금리의 3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실세 금리가 5%대인 점을 감안하면 15% 정도가 적절하며, 욕심을 부리더라도 20% 이상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도 장기적으로 보면 순이익 증가세가 연평균 20%를 넘기는 힘들다는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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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우지수가 1000대에서 1만3000대에 도달한 지난 20년간 고수익을 낸 펀드들을 추적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은 15% 선이었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투자 달인의 수익률도 연평균 20% 선에 머물렀다.
그 정도 갖고 어떻게 만족하느냐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 성과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1억원을 넣어 20년간 매년 20%씩 수익을 내며 재투자했을 때 돈은 얼마로 불어날까? 무려 38억3400만원이 된다. 수익률을 15%로 낮춰도 16억370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우리 주변에도 20년 넘게 주식 투자를 해온 사람이 많지만, 이런 성과를 냈다는 얘기는 들을 수 없다. 모두들 연 15∼20%의 수익을 우습게 보고, 대박 환상을 좇아 무리수를 두다 낭패를 봤기 때문일 게다.
올 들어 운 좋게 맞았던 대박 잔치는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는 것 같다.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 통계에서 보듯,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이 점차 실물경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주택 버블의 붕괴는 글로벌 경제에 예상보다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상처가 아무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투자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