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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이 이불 속까지 들어가선 안 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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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01면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법원의 위헌심판제청 결정이 나왔다. 간통죄가 헌법재판소(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2001년 10월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 6년 만이다.

서울 북부지법, 간통죄 위헌제청

서울 북부지법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는 7일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헌적 조항”이라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번 결정은 피고인의 신청 없이 판사 직권으로 이뤄졌다.

도 판사는 결정문에서 “헌법에 있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성행위 여부와 상대방·시간·장소 등을 선택할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한다”며 “민사적·도덕적 책임에 그치는 간통을 범죄화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짙고 입법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자와 이미 몸과 마음이 서로 떠났는데 타인과의 성행위를 범죄로 보아야 할지 의문이다. (성교 전) 애정관계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성교 행위 순간부터 국가권력이 개입해 처벌하겠다는 것은 성행위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구시대적 관념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그는 “법이 이불 속까지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그간 여성계가 간통죄 존속 근거로 제시해온 ‘여성 보호’ 문제에 대해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법적 권리 향상으로 간통죄의 역할이 의문스럽게 됐다”며 “법의 보장 대상이 아니라 사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정책 목표일 뿐”이라고 했다. 도 판사는 유부남인 40대 직장인 J씨와 30대 미혼 여성 K씨가 네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심리하던 중 위헌제청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1990년, 93년, 2001년 세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 2001년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제 유지,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 수호 목적뿐 아니라 가족해체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간통행위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헌재는 “세계적인 폐지 추세와 사생활 개입 논란 등을 고려할 때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국회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염동연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2005년 간통죄 조항을 삭제한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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