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고 증시 뜨고 … 판도 바뀐 중국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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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동산과 증권의 '쌍끌이' 폭등이 중국 내 부호 판도를 바꿨다. 전통의 제조.유통업 부호가 뒤로 밀리고 부동산 업자가 전면으로 부상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경화시보(京華時報)가 7일 국가세무총국(국세청에 해당)과 재정부 자료를 근거로 조사 발표한 부호 순위표에 따르면 1위부터 6위까지를 모두 부동산 업자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지금까지 1~10위를 석권해 왔던 제조.유통.정보기술(IT) 산업 부호는 7위권 밖으로 밀렸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동산 활황이다. 베이징의 경우 올 들어서만 집값이 평균 13%의 상승을 보였다. 상하이.선전.다롄 같은 대도시도 모두 10%를 웃돌았다. 지방 도시의 경우 30%나 폭등했다.

여기에 증시가 뛰면서 부동산 관련 기업의 주식이 폭등했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최대 부동산 활황 지역인 상하이와 광둥(廣東)성이다. 예를 들어 광둥성 내 부동산 전문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중반 사이에 주가가 100% 올랐다. 같은 지역의 바오리(保利) 부동산은 주가가 무려 800%나 뛰었다.

그 결과 이들 부동산 기업의 소유주 재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금까지 중국 제1의 부호는 300억 위안(약 3조6000억원) 안팎의 재산을 소유한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8월 말 현재 광둥 지역의 부동산 기업 허성촹잔(合生創展) 소유주인 주멍이(朱孟依) 일가의 재산은 1200억 위안(약 1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구이위안의 소유주인 양궈창(楊國强) 일가는 11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주와 양은 불과 10개월 전까지만 해도 재산이 각각 165억, 98억 위안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사주와 타사 부동산 지분의 폭등으로 일확천금의 꿈을 이뤘다.

경화시보 조사에 따르면 10대 부호 중 7명은 광둥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는 남파(南派).북파(北派)의 구분이 분명하다. 서로 은근히 견제하는 분위기다.

소호 차이나의 판스거(潘石屹) 총재는 "주식.부동산 폭등과 인민폐 상승이 맞물리면서 국내외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급격히 밀려들고 있다"며 "지나친 자본 집중이 거품으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위험을 맞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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