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북핵/정부측,갈루치·페리와 잇단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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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북접촉 임박/한·미 해법조율/북서 대미 실무접촉 제의땐 수락/사찰의사 보이면 고위급회담 수용
한미정부는 지난주 북한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남·북한 특사교환의 철회로 이번주 북미 실무회담의 재개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18일부터 서울에서 잇따라 갖는 회담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사찰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문제와 북한이 사찰을 받아들일 경우,북한이 사찰을 끝내 거부할 때 대책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정부 고위관리들과 16일 방한한 미국의 북한 핵정책 조정책임자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차관보,19일 방한하는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은 이번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와 관련된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 ▲한반도 안보태세 강화문제 ▲앞으로 남·북한 대화를 추진하는 방식 등 모든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한미간의 핵조율은 빠르면 이번주안에 북한이 미국에 실무접촉을 제의해 북미접촉이 재개될 것이란 여러 징후들이 나오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우선 갈루치 차관보는 18일 우리 정부의 북한 핵정책 조정책임자인 김삼훈 핵대사와 오찬회담에서 한미 양국의 북한 핵정책을 집중 조율한다.
두사람은 북한이 미국과 실무접촉을 제의해오면 이에 응한다는 방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은 또 북한이 실무접촉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중단과 3단계 고위급회담 재개일자를 확약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은 북한이 우선 추가사찰을 받도록 요구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북한에 대한 추가사찰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3단계 고위급회담을 진행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달초 IAEA의 사찰을 받을 만큼 충분히 받은 것으로 이미 주장한바 있어 북한이 선뜻 추가사찰에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도 안보리 의장성명이 요구한 추가사찰을 무턱대고 거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 실무접촉에서 IAEA와 사찰의 기술적 문제를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갈루치 차관보와 김삼훈 핵대사 회담에서는 이런 경우도 논의,북한이 추가사찰을 받겠다는 입장만 분명히 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은 다만 IAEA가 안보리에 사찰결과를 보고토록 돼있는 내달 중순까지 사찰이 끝나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정하고,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북한은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 사찰을 받아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사찰을 받도록 하기 위해 팀스피리트훈련 재개에 융통성을 두는 문제도 상당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또 북한이 국제 핵사찰을 수용해 완전한 사찰이 이루어지면 미국이 북한과 3단계 회담을 추진시켜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중단토록 하는 방안들도 검토한다.
여기엔 북­미가 2단계 회담에서 합의한 원자력발전을 위한 경수로의 지원,한·미·일의 대북 경제협력과 궁극적으로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해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는 방안들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는 그러나 북한이 끝내 추가사찰을 거부할 경우 유엔안보리가 다음조치를 취할 것에 대비한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안보리가 외교·경제제재 단계 등으로 움직이는데 따라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대비한 안보태세의 강화 문제 등도 논의한다.
가장 큰 관심인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는 한미가 늦어도 내달초까지는 재개여부를 확정한다는 입장을 정리해두고 있다.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여부는 페리 장관 방한 때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되 한미의 대응시나리오를 확고히 한 원칙을 정해둘 방침이다.
한미는 또 북한의 정책실정에 중국의 역할이 큰 만큼 중국이 어느 경우건 동참하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갈루치 차관보의 방중결과를 토대로 논의했다.
미국은 대중정책에 북한 핵문제를 연계시킬 것인지 확실한 정책을 정하진 않았으나 최혜국대우와 관련해 이를 깊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핵조율에서 한국이 핵문제를 북한­미 대화와 남·북한 대화를 병행함으로써 추진한다는 우리 정부 기본입장과 남·북한 고위급회담과 핵통제군사공동위를 통해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 나간다는 방침을 전달하고,이런 입장이 재개될 북­미 실무접촉에서 반영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의 핵조율과 이번주에 예상되는 북한의 대미 실무접촉 제의,그리고 이에 따라 열릴 북­미 접촉은 이번주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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