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내무­김옥두의원 내무위 공방/양김 대리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증거」 들이대며 김대중씨집 도청 추궁/김 의원/“나도 감시당했던 사람”… DJ은퇴 강조/최 내무
조계사 폭력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15일 열린 국회 내무위에서는 상도동 실세 최형우 내무장관과 동교동 충복출신 김옥두의원(민주)간에 한바탕 날카로운 설전이 빚어졌다.
『마치 김영삼·김대중의 양김대결 대리전을 보는듯 했다』는게 회의를 지켜본 사람들의 관전평.
김 의원이 『내 질의를 김대중이사장에 대한 충성이나 김 이사장의 정치재개를 위한 음모를 꾸미려한다는 시각으로 보지말라』고 운을 떼자 최 장관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상기된 표정의 김 의원이 『동교동의 정보사찰 현장을 방문한 장관의 소감을 말해보라』고 첫 질문을 던졌다.
최 장관은 즉각 『김 의원도 잘 알다시피 나 자신도 집앞의 복덕방으로부터 감시를 당한 사람이다. 내가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강력조치하겠다』고 받아넘겼다.
「DJ의 30년 그림자」 김 의원은 안기부 청사를 찍은 대형사진까지 제시하며 새정부 들어서도 김대중씨에 대한 정치사찰이 계속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칼을 세웠다.
그러나 최 장관도 김 대통령의 핵심측근답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문일답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역공하는 태도까지 취함으로써 장내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형사진을 펼쳐 든 김 의원은 『이 건물이 동교동과 일산 및 아·태재단을 24시간 도청했던 안기부 과학보안실』이라고 주장한뒤 『야당 30년간 DJ와 생활하면서 안기부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추궁을 계속했다.
최 장관은 『김 의원이 30년 야당생활이라면 나는 35년이다』고 맞받아치곤 『그러나 대통령이 내게 임명장을 주며 그 어느 누구도 도청을 말도록 엄하게 지시했다』고 답변했다.
『92년 대선도 동교동 안가의 감시·도청 등 안기부의 손바닥위에서 치러진게 우리측 패배의 요인이라고 보는데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 의원은 드디어 그동안 참아온(?) 한마디를 토해냈다.
최 장관은 허리를 곧추세웠다. 눈꼬리도 치켜올라갔다. 『과거를 반추해보건대 YS·DJ선생 등 우리들 모두 함께 어려움을 당해왔다. 그러나 지난 대선결과는 모든 후보·정치인이 승복했다. 국민의 정당한 심판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최 장관은 양김씨를 영문이나 이니셜로 호칭했다.
김 의원이 숨을 깊이 몰아쉬었다. 『장관도 민주화운동으로 곤혹을 치른 사람이니 다른 증거들도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 뭔가 더 말을 할듯 할듯 하던 김 의원은 이쯤에서 검을 거뒀다.
최 장관도 마무리했다. 『대통령도 도청금지를 엄명하셨지만 평소 존경하는 DJ선생,특히 정계를 은퇴한 DJ선생에게는 어떤 이유로든 도청을 못하게 하겠다』. 「정계은퇴」란 대목에 유독 힘을 주었다.
민주당의 동교동 직계의원들은 그동안 국회 답변대에 올랐던 소위 「YS사람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전혀 사정이 달랐다. 최근 사석에서 YS의 국정운영에 공공연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DJ와 이같은 DJ의 행보에 내심 촉각을 곤두세우는 YS쪽의 미묘한 기류가 그대로 반영된듯 했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