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생 지분 51% 확보 … 단일 최대주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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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일본 오릭스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 17%를 인수해 대한생명의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 계열사인 한화건설은 4일 이사회를 열어 오릭스가 보유하던 대생 주식 1억2000만 주(17%)를 주당 5430원에 전량 인수키로 결정했다. 인수 금액은 약 6554억원. 한화건설은 기존 대한생명 보유지분 6.6%를 합쳐 총 23.6%를 보유하게 된다.

 오릭스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건설 이외의 나머지 계열사는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화건설이 지분을 전량 인수할 수 있도록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오릭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그룹은 계열 5개 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대한생명 지분 34%에 17%를 더해 51%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 관계자는 “대생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그룹과 예금보험공사 간에 진행되고 있는 국제중재가 한화 측 승리로 끝나게 되면 한화는 예보 지분 16%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한화그룹의 대생 지분은 67%에 이르게 된다.

 대생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오릭스는 풋·콜옵션 행사 과정에서 대한생명과 이견을 빚어 올 3월 국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낸 바 있다. 대한생명 주식의 가격 결정을 위해 오릭스 측이 선정한 계리법인에 대해 한화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오릭스 측이 중재신청으로 맞섰던 것. 결국 양측은 중재 과정에서 미국의 밀리먼을 계리법인으로 정해 행사 가격을 주당 5430원에 합의했다.

 한편 오릭스의 지분 인수에 ㈜한화가 참여하지 않아 일단 지주회사 요건을 피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격인 ㈜한화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5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오릭스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자회사 주식 가치가 전체 자산의 절반을 넘기게 돼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김 회장이 아직 구속돼 있어 당분간 시간 여유를 갖고 이를 준비하겠다는 복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콜옵션·풋옵션=계약 관계에서 ‘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 등의 자산을 팔거나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살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이라 한다. ‘옵션’은 선택사항이므로 사거나 파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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