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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측 개혁회의/완전분열보다 힘겨루기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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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재역” 원로회의조차 갈려 혼미/제2승려대회 열릴 수도
10일 범종추측에 의해 강행된 전국승려대회를 계기로 조계종이 사실상 범종추의 「개혁회의측」과 총무원측으로 양분돼 분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서암종정에 대한 사상초유의 불신임 결의를 놓고 개혁회의 주도세력과 기존 지도부 사이의 반목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 종단의 주도권을 둘러싼 공방은 자칫 법정송사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앞으로의 조계종 사태는 당분간 승려대회에서 구성된 「개혁회의」측과 적법성을 내세워 이를 저지하려는 총무원측간의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회의는 스스로 「승려대회를 통해 초종헌적으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한시적인 종단 최고기구」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이미 개혁의 대상이 돼버린 기존 종헌에 따른 절차상의 하자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개혁의지가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종단개혁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현 집행부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아 앞으로 약 3개월 정도의 활동기간을 정해 ▲종원·종법의 개정 ▲사찰운영방식의 개선 및 제도정비 ▲부패·무능인물의 척결과 종풍 쇄신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첫 1∼2개월동안은 「개혁회의」의 토대를 굳히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속에 검토·수정을 통한 개혁안을 도출해낸뒤 3개월째에 총무원장 등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총무원측 현 집행부는 승려대회 자체를 서암종정의 「금지」 교시를 내세워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종권이양을 거부하고 있어 「개혁회의」의 개혁작업이 범종추측의 뜻대로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승려대회에 참가한 수가 적다는 이유로 대표성의 문제를 제기한 총무원측이 향후 법통논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제2의 승려대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총무원장 3선 저지­민주화 요구에서 시작된 사태는 종권 다툼의 장기전 양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로써 조계종은 또다시 78∼80년,89년 조계사와 개운사,조계사와 봉은사 등 2개의 총무원으로 각각 나뉘어 충돌이 거듭됐던 전철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양자간에 중재역할을 해야 할 원로회의와 중앙종회도 양 세력으로 갈려있어 조계종은 한동안 두 조각이 난채 구심점을 잃은채 혼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분간 양 세력은 완전 분열보다는 양자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세불리기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11일 범종추측이 당국의 「편향」을 규탄하고 나서 새로운 변수가 될 조짐이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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