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재 실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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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영재학생들이 서울·경기지역의 거센 바람을 막아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최종 합격자 발표 결과 부산지역 합격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경기지역 학생의 한국과학영재학교 지원 쏠림 현상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나름의 성과로 평가된다.

◆부산 합격생 증가=전체 144명의 합격자 중 시·도별 합격자 분포를 보면 서울지역 학생이 46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는 45명이었다. 서울·경기지역 합격자 비율이 총 합격자의 6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경기지역 합격자 비율(53.8%)에 비해 9.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부산지역 출신은 모두 17명이 합격했다. 경남·인천·대전지역이 각각 6명이었다.

그러나 부산지역에서 17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은 지역할당제가 적용되지 않는 제도하에서 큰 성과로 평가된다. 서울·경기지역 합격자가 10명 중 6명을 차지할 정도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컸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서 지방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합격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영재교육 기반과 정보가 서울·경기지역보다 열악한 부산지역에서 이 정도의 합격생 수가 나온 것은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동안 감소 추세였던 합격자 수가 이번에 증가세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합격자 수는 2005년 23명을 최고점으로 2006년 17명, 2007년 11명으로 그동안 감소하는 추세였다. 이 때문에 지역 교육계에서는 “합격자 수가 한자리 수가 되는 것 아니냐”며 “부산지역 영재 발굴의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했었다.
 
◆어떤 학생 유리했나=합격자 중 대부분은 초등생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와 소질을 보인 학생이었다. 또한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한 학생이 상당수였다. 영재교육원에서 받는 교육 내용은 과학영재학교 선발 과정의 하나인 캠프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학경시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수학·물리 등의 올림피아드에 거의 매번 출전했다. 교양서적과 대학 전공서적까지 읽은 학생이 다수였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선행학습보다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평가하는 문제를 많이 낸다. 김상균 입학부장은 “학부모들은 선행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기계적으로 선행학습을 한 학생은 선발하지 않는다”며 “어릴 적부터 수학·과학적 사고력을 꾸준히 키워 온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교과 외 주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반드시 스스로 문제를 풀고 풀이 과정과 핵심 아이디어를 노트에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수도권 출신 과학 영재 몰려=한국과학영재학교 2008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에서 지원자 과반수가 수도권 출신으로 나타났다. 144명 모집에 2916명이 지원해 20.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지원자는 1484명(50.89%)였다. 경기 770명·서울 552명·인천 162명이었다. 부산 출신 지원자는 497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17.04%였다.

프리미엄 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도움말=김상균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부장
김경노 장학학원 입시전략본부장
김기현 박정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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