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논문 첫 표지기사로/재미 35세 배현숙박사 영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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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최고 권위 과학전문지 『네이처』/「식물 배가수정 거부현상 연구」게재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주간과학전문지 『네이처』에 한국인 학자의 논문이 사상처음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지난 2월10일자 네이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배현숙박사(35·분자세포생물학)의 「식물에서 자가수정 거부현상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큼지막한 꽃그림과 함께 표지기사로 다뤘다.
네이처지는 1백25년 역사의 종합과학지로 네이처에 실리지 않고서는 노벨상을 탈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표지기사가 아니더라도 한국인 과학자가 네이처지에 주저자로 논문을 싣는 것은 손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배 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수술과 암술이 같은 꽃에 있는 대부분의 식물들에서 왜 자가수정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피튜니아의 꽃을 대상으로한 그의 실험에 따르면 암술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S좌위」가 S단백질을 만들어 자기 꽃가루의 수정을 막는다는 것. 그는 이같은 사실을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킨 식물을 만들어 직접 확인해 보임으로써 학계의 공인을 받았다. 배 박사는 지난 92년 연구에 착수,2년여만에 이번 논문을 완성했다.
그는 8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공학과를 졸업하고 도미,91년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해오고 있다. 배 박사 국제전화를 통해 『생명의 신비를 한꺼풀씩 벗겨가는게 너무 너무 재미있어 연구에 매달리다 보니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4년 중앙일보의 신년특집 「미래를 여는 여성」 1호로 소개된 바도 있다. 현재 같은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이명재씨(36)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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