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재판부 신설/외국어 강습 붐/활발한 세미나/법조계 국제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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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판검사·변호사 “감각 익히기” 바빠/법률시장 개방·외국공조 수사 대비
보수성이 강한 법조계에도 국제화 바람이 불고 있다.
법원이 국제사건 전담재판부를 신설하는가 하면 국제화 감각을 익히기 위해 판·검사들이 세미나를 갖고 변호사들을 급증하는 국제사건에 대비,외국어 익히기에 바쁘다.
서울민사지법은 이달부터 미국·독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법관들로 국제상사 전담재판부를 신설하고 운영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화 시대에 있어서의 민사사법」이란 세미나를 여는 등 사법부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간 상사 분쟁을 심리하려면 외국어로 된 L/C(신용장)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분량이 수백장인 L/C가 있다는 사실을 판사들이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다. 법원도 국제감각을 키우는데 인적·물적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제변호사 등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28일의 세미나에서 수출입은행 박재철 법규부장 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판사들의 국제감각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법원측은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고재환 서울민사지법원장은 『신설 재판부라 일단 해외유학 경험이 있는 법관들로 구성했지만 앞으로는 1년 정도씩으로 짧은 법관의 해외연수를 개선해 국제감각을 가진 법관들을 미리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민사지법 이공현 부장판사는 『오늘 세미나는 격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법원의 국제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슬롯머신 사건 등으로 한가한 날이 없었던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들도 지난해 10월부터 1주일에 두번씩 영어회화 강습을 받고 있다.
강력부·형사부 검사 10여명으로 이루어진 이 모임에선 국제변호사를 초빙한 가운데 영어로 세미나를 한다.
세미나 주제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 문제」 「서울대 교수 성희롱사건」 등 업무와 연관된 게 대부분.
강력부 홍준표검사는 『마약범죄와 조직폭력 범죄는 외국 범죄조직과 연계된 게 많기 때문에 강력부 수사를 하면서 외국어의 필요성을 자주 절감했다』는 말로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에선 이 모임 말고도 영어회화 모임이 5∼6개 이상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변호사 업계에도 외국어 붐이 일고 있다.
영어가 업무에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뿐만 아니라 인권문제 변론을 자주 맡는 민변소속 변호사들까지 퇴근시간전 영어회화 강습을 받을 정도로 법조계의 국제화 바람은 가속이 붙었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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