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1000만% 인플레-한 경제학자가 일군 경제기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1923년 獨逸 바이마르공화국이 수립했던 한달 인플레 3만%의 전설을 깨면서 파국직전으로 치닫던 신유고연방의 하이퍼인플레 행진이 드디어 기적적으로 잡혔다.유고의 기적은 한 무명의 경제학자가 고안한 슈퍼 디나르라는 새로운 화 폐가 만들어 낸 것이다.
신유고연방이 발표한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천만%였던인플레율이 3월에는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이와 함께 산업생산도 늘었고 예산적자 감소.외환보유고 증가등 경제의 청신호가켜지기 시작,내전과 유엔의 경제봉쇄로 극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하이퍼 인플레를 디플레이션으로 바꿔놓은 기적의 주인공은 드라고슬라브 아브라모비치.그는 80년대 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에서 일했으며 현재 국립은행 총재로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하이퍼 인플레를 잡기 위해 舊유고 화폐인 디나르 대신 슈퍼 디나르라는 신종 화폐를 도입,독일 마르크貨와 1대1로 교환토록 했다.슈퍼 디나르는 10억 단위만 발행하고 이에 상당하는 금.경화를 확보,공화국내에 유통시켜 인플레를 잡았다. 신유고연방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밀로스 자르코비치는 이러한처방에 대해 『방식은 간단하다』며 『화폐발행을 중지하면 인플레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자르코비치는 『단기적으로는이 방식이 유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퍼 인플레는 신유고정부가 내전을 벌이고 있는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반군들에게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舊디나르를 마구 찍어내면서 발생했다.내전지원으로 인한 인플레로국영및 정부지원 은행들은 속속 도산했으며 이에 따라 신유고연방국민들이 저축해 놓았던 수십억달러의 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러나 지난 1월 슈퍼 디나르 도입 이후 디나르의 암거래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사회적인 혼란도 수습됐다.각종 경제 수치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산업생산은 지난 2월 12%의 월간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장미빛 전망만이 모두가 아니라는 것이 신유고연방의 골깊은 문제다.독립적인 경제학자들은 슈퍼 디나르가 신유고연방에 남아 있는 외환을 흡수하기 위한 미봉책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金祥道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