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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40) 서울 용산구 한나라당 진영 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용산의 발전이 서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군기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청사진을 이미 그려 놓고 있습니다.”

진영(54) 한나라당 용산지구당위원장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의 평택·오산 이전 결정으로 시민들의 공간이 될 용산 미군기지에 대해 나름의 복안이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이전 확정으로 용산엔 이제 개발붐이 일 것”이라며 “지역 현안인 주거 환경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현직 변호사다. 지난 대선 땐 이회창 후보의 정책특별보좌역으로 선거에 참여했다. “이 전 총재의 권유로 떠밀리다시피해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정치에 대한 열정은 어느 신인 못지 않은 듯했다.

“판사 시절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았던 게 바로 정치입니다. 그런데 왜 정치판에 뛰어들었느냐? 그렇게 알도록 만든 우리 정치판을 확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정·무능·불신·정쟁·기득권·지역주의 등 낡은 정치는 지금 국민들이 원치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중앙 정치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권모술수와 이전투구 실력은 약하지만 깨끗하고 바른 정치에 대한 시대적 소명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게 소망입니다. 요즘 지구당이 고비용 정치의 주범으로 통하지만, 우리 지구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위원장을 맡은 후 전국적으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던 지구당에서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지구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를 할 사람이 바로 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근거죠.”

최근 유출돼 논란이 된 한나라당 내부의 당무 감사 결과에 따르면 용산지구당은 유급 직원이 없다. 전원 자원 봉사자들이다. 그는 “과거 한국 정치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의 현역 의원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설송웅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진씨는 지난 16대 총선 때 그와 경합해 1백13표 차로 졌다. 당시 한나라당 용산지구당은 ‘중앙당조차 버린 지구당’이었다고 진씨는 술회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그가 선두 후보보다 10% 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막판 스퍼트 끝에 그는 극적으로 간극을 좁혔고, 한나라당의 낙선자 그룹에서 가장 선전한 후보로 기록됐다. 지구당을 물려받은 지 두 달도 안 돼 거둔 ‘전과’였다.

그는 당선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을 고치는 도덕성 회복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우선 정치권의 부패를 원천적으로 막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씻고 하루빨리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영 한나라당 용산지구당위원장은 종종 용산의 어린이집에서 일일교사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우리 2세들을 지금처럼 가르칠 때 과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앞설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바꾸되, 교육제도의 외형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건지 교육의 본질적 내용에 천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이지만 다른 아이들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자기 아이들을 떠올린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정치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게 가슴 아픕니다. 그럴수록 바른 정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를 해야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런 아버지가 돼 보이겠습니다.”

그는 두 번의 대선에서 보수 세력이 패한 것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 개혁적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가 이니셔티브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자신이 보좌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적이다.

“세상을 제대로 바꿀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수구적인 보수세력과 손잡은 게 패인이었죠. 감사원장 시절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모든 기득권을 버렸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이 너무 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수 진영의 개혁적 발전에 결과적으로 마이너스를 가져온 셈이죠. 지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예컨대 불법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는 한나라당이 나아갈 방향은 명료하다고 말했다. 지역주의적 지지층과 보수층에 의존했던 과거 노선을 벗어나 외연을 확대하고 새롭게 지지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러자면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합니다. ‘차떼기당’ 이미지부터 불식해야죠. 변화를 위해 지금 몸부림치고 있구요. 한마디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지역의 벽을 뛰어넘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인적 쇄신도 이런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등원하면 그는 IT 산업 육성에 일조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여 년간 회사법 관련 소송과 국제분쟁 전문 변호사로 일한 경력을 살려 기업하기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과 언론계 그밖에 사회 각 분야의 의식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가 비전·목표, 세부 전략을 연구하는 한편 국가 혁신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성장이 정체돼 있습니다. 이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맙니다. 빨리 성장의 새로운 동인을 찾아내 육성해야죠. 그러자면 국가 시스템을 합리적이고 선진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제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어요. 이 일을 할 능력이 있고, 준비도 돼 있습니다. 이제 실천해 보이겠습니다.”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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