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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 최종이행계획서 제출 뭐가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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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꾸로 뛴 협상” 농촌·정치권 파장/쌀문제 잘 풀려다 타부문 놓쳐/“백30원짜리 물건 백10원 받고 판꼴”
정부의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개방 관련 재협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애는 많이 썼으나 협상전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아쉬운 협상이었다.
지난 11일 우리나라가 제출한 이행계획서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7개국이 이의를 제기했는데 이들의 요구 상당부분을 수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미 압력 억지논리
농림수산부측은 이같은 협상결과에 대해 『1백원 받으면 적당한 물건값을 1백30원쯤 불렀다가 1백10원정도 받은 셈』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오히려 10원을 더 받았다는 해석이나 웬만한 협상력만 뒷받침됐다면 1백30원을 다 받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농림수산부는 적어도 미국으로부터 추가양보문제가 불거지기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받을 물건값은 1백30원이며 이 값을 다 받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흥정은 이미 지난해말에 다 끝났으며 그걸 바탕으로 전체가격을 셈하는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다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1백원짜리를 1백10원 받았다는 주장은 막판에 미국의 압력에 몰리자 급조된 논리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다음과 같은 협상결과에서도 그런류의 비판은 제기될 수 있다.
미국측은 농산물협정문에 국영무역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1백개가 넘는 농산물을 국가나 국영기업이 수입해 부과금을 매기는 일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문제에 대한 최종협상결과는 쌀·쇠고기 등 74개 품목에는 국영무역을,고추·마늘 등 18개에 대해서는 준국영무역을 인정하되 돼지고기·전지분유 등 26개 품목은 안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문제는 미국측의 주장이 논리적이라면 1백18개가 모두 국영무역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데 일부는 되고 일부는 안됐다는 점이다. 특히 농산물의 국영무역은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전에 정착된 제도인데도 UR협상에서 개도국 대우를 받은 우리가 26개 품목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얼른 납득되지 않는다.
종량세 부분도 마찬가지다. 수입농산물에 대해 종가세와 종량세중 우리에게 유리한 세금을 물리겠다고 한 품목 가운데 어느 것은 미국에 의해 받아들여지고,어느 것은 거부됐다.
○“소득있었다” 강변
협상을 잘했기 때문에 종량세 부과품목을 그 정도나마 지켰다고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미진한 구석은 남는다.
이런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쌀수입을 더이상 양보하지 않기 위해 이쪽에서 더 내줬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쌀에 대해서는 우리가 워낙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이용해 미국이 초년도 쌀수입을 5천t 더 늘리라고 던져 놓고 다른 쪽에서 그 이상의 실리를 챙기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비판적 시각은 미국이 쌀수입 확대문제를 꺼냈다가 이를 쉽게 철회한 사실을 주목한다.
어쨌든 이번에 농산물 개방폭이 더 확대됨으로써 정치권과 농촌에서 또 한차례의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개방폭을 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막판에 더 열어준 결과가 돼 정부로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점에 대해 김양배 농림수산부장관은 『지난해 12월 UR 협상결과를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해 개방계획서를 작성하다보니 다른 나라로부터 이의를 제기당했다』고 말하고 『우리의 주장을 1백% 관철하지 못했어도 소득이 적은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한 점이 일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농촌의 장래가 걸린 협정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착오」로 관세율을 합의내용보다 올렸다고 시인하는 상황에서는 미흡했던 협상의 한 단면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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