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DJ, 7개월 만에 만남 '뼈 있는 45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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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右)이 2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2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만났다.

이 후보는 전직 대통령 순회 인사방문의 일환으로 이날 오후 김대중도서관으로 찾아갔다.

7개월여 만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가장 도드라져 있다. 이 후보는 유력한 야당의 대통령 후보며 정권을 교체하려 한다. 호남 지지율 1위다. DJ는 범여권 후보들을 통합시켜 정권을 재창출하려 한다. 범여권의 막후 실력자이자 호남 영향력 1위다. 그래선지 두 사람은 45분간 '뼈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 후보는 DJ를 '각하'라고 불렀다. "서로 웃으면서 편하게 대화했다"(나경원 대변인)고 한다. 그러나 내용은 사실상 설전에 가까웠다.

두 사람 대화 중 공개된 부분.

▶DJ="올해 굉장히 더웠는데 선거 운동 하시느라 힘들었겠다."

▶이 후보="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마무리가 잘 되었다."

▶DJ="아주 봉합이 잘 된 것 같다."

▶이 후보="박근혜 전 대표가 마무리를 잘 보여줬다. 좀 보완하면 (경선 과정이) 발전적으로 잘 될 것 같다."

▶DJ="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겠는가. 좋은 정책 대결을 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도록 앞으로도 해 달라."

다음은 비공개 대화 중 취재된 부분.

이 후보는 두 차례나 "여야 간 중립을 지켜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DJ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DJ="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모범적인 대선이 돼야 한다."

▶이 후보="각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했으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 달라."

▶DJ="한나라당이 너무 세서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

▶이 후보="그렇지 않다."

호남 민심을 두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이 후보="저는 호남 지역을 자주 간다. 호남도 많이 변하고 있다."

▶DJ="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다고 신문에 났던데…."

▶이 후보="아직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서인 것 같다. (중략)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대선이 됐으면 한다."

▶DJ="호남은 (지난 대선에서) 영남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

▶이 후보="각하 때문에 그런 게 아니겠느냐."

두 사람은 북한 핵문제를 두고도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북한 핵문제가 선결이란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화제는 다시 대선으로 옮아 갔다.

▶이 후보="한나라당 경선은 모범적이었다. 본선도 모범적으로 치르고 싶다. 각하께선 대한민국 대통령을 한 만큼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 달라. 우리도 전직 대통령을 모두 잘 모시려 한다. 그래서 각하도 찾아뵈었다. 다른 욕심 없다.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

▶DJ="내가 알아서 잘 판단하겠다."

두 사람은 헤어지며 "건강 조심하시라"(DJ), "미국 잘 다녀오시라"(이 후보)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DJ는 다음달 아시아재단 초청으로 미국에 간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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