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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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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 국면을 틈타 기자실 폐쇄와 취재 통제를 위해 새로 마련한 통합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강행했다. 외교통상부는 29일 아프간 피랍 인질 19명 가운데 12명이 풀려났다는 공식 브리핑을 외교부 청사 1층 통합브리핑룸에서 전격 실시한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4시10분쯤 출입기자들에게 '아프간 피랍자 석방 관련 브리핑이 1층 브리핑룸에서 열린다'는 안내문을 문자 메시지로 보낸 뒤 이에 반발하는 기자들을 무시한 채 브리핑을 밀어붙였다.

기자단 대표는 외교부의 1층 브리핑 강행 방침을 전해 들은 뒤 방송용 카메라 장비를 옮기는 문제와 기자들과 국정홍보처 간에 기자실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 등을 설명하며 현행대로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진행할 것을 외교부 대변인실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브리핑은 외교부 출입기자 대부분이 빠진 채 외신기자 20여 명을 상대로 짧게 진행됐다. 출입기자들에겐 '아프간 피랍 사태 관련 대변인 공개 설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만 배포됐다. 질의.응답을 통한 깊이 있는 취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단 일각에선 "사안이 중대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한 만큼 통합브리핑룸이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브리핑하는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입기자들은 국가적 중대 사태에 편승해 국정홍보처.외교부가 '반칙'을 했다는 반응이다.

외교부 출입 기자단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한다면 정부와 언론의 갈등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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