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빠라진 김포공항-승객 90% 그냥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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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항 세관대는 그 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을 처음으로 맞는 그 나라의「얼굴」이자 국제화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경제규모에 비해까다롭고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김포공항 세관대가 최근 몰라보게 달라졌다.오랜만에 고국을 찾는 해외교포들 은 아마도 크게 달라진 김포공항 세관을 통과하면서「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우선 주욱 들어서 있던 검사대중 많은 검사대가 아예 없어져 다소 썰렁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대다수 여행객들은 짐을 찾아 그저 들고 걸어나가면 된다.가방째 털어 속을 뒤집어 보는 세관검사는 여간해서 구경조차 할 수 없다.
17일 오후 4시50분쯤의 김포공항 제2청사 입국검사장 광경을 한번 보자.
일본 후쿠오카발 대한항공편이 도착했다.이어 약15분 간격으로도쿄.나고야.샌프란시스코등에서 온 항공기가 밀려들었다.여행객들의 휴대품이 많기로 손꼽히는 지역들이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짐을 찾은 여행객들이 검사대로 몰렸다.종전같으면 줄을서서 한명씩 짐을 일일이 풀어헤쳐야 했지만 이제는「검사지정관」이란 명찰을 단 세관직원이 승객 열명중 한두명만 검사대로 보내 검사를 받게 하고 대개는『세금 낼 물 건 있느냐』고 물어 없다고 하면 그냥 통과다.
아기를 안고 있는 어느 주부는 짐이 상당히 많은데도 그냥 통과되자 고개를 갸우뚱했다.그런가하면 점퍼 차림에 007가방 하나만 든 한 중년남자는 검사대로 가야했다.주부의 경우 유아용품이 대부분이어서 별문제 없고 중년남자의 경우 짐이 없지만 高價시계를 찬것이 걸려 검사를 받게 했다고 담당검사지정관은 밝혔다. 이같은 검사제도에서는 검사지정관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김포세관에는 현재 25년이상 근무한 베테랑 14명이 배치되어 있다.
일본에 출장을 자주 다닌다는 회사원 白準赫씨(30.삼덕섬유 기획실근무)는『검사 자체는 일본보다 오히려 빨라진것 같다』면서『짐찾는데 여전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만 개선하면 국제공항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밀수등에 대 한 검색이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김포세관측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검사 대상만 줄었을 뿐 검사 강도는 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정보수집도 강화해 적발실적은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새 제도 시행이후 지난 15일까지 보름간 김포로 입국한 여행객 19만7천명중 90.3%인 17만8천명이 검사를 받지않고 통과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과세대상 물품 유치건수는 25%,징수세액은 30%가 늘었다.검사 간소화만으로 김포공항의 모든 서비스가 국제수준에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입국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시설부족과 처리 시스템의 미비로 짐처리 지연이 문제로 꼽힌다.88년에 만든 제2청사도 하루 50여대 입국항공기중 40%가 몰리는 오후 5~7시 사이에는 체증이 극심해 여행객이 짐을 찾는데만 30분~1시간씩 걸린다.결국 검사제도의 효율적인 운영과 함 께 총체적인 物流시스템의 보완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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