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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속의 “안기부”/민자의「눈」 정세분석위/민주의「귀」 당무기획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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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대당 일거수일투족 손금보듯/매주 쟁점별 난상토론… “여속의 야목소리”/정세분석위/관·재계 사적채널 동원 정보력 열세 보완/당무기획실
「정당내의 안기부」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민자당 정세분석위와 민주당 당무기획실이다. 정치권의 돌아가는 흐름과 각종 정보를 수집·정리하고 당의 대응방안과 진로를 판단,지도부에 건의하기 때문이다.
양당 두기관의 책임자 또한 이채롭다. 민자당 정세분석위는 안기부 고위간부(기획판단국장·부장비서실장) 출신인 서수종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전공을 살리고 있다. 민주당 당무기획실은 재야의 선봉장이었던 제정구의원이 지휘를 맡고 있다.
○…최근 민주당 당무기획실은 민자당의 노재봉·이춘구의원이 5공·6공세력 중심의 신당 창당을 준비한다는 「미확인정보」를 지도부에 보고했다. 노 의원은 즉각 『민주당은 허위사실의 유포에 공당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고 이기택대표가 직접 사과하라』는 항의서를 민주당에 보냈다.
민자당 정세분석위는 올초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의 북구순방을 『노벨상 로비용』이라고 판단한 보고서를 내 동교동측의 집중성토를 받았다.
상대방과 주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다보니 생기는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민자당 정세분석위는 서 위원장을 포함,모두 12명(이명박·최상용·김기도·박범진·구천서·김형오·박희부·김영일·박종웅·송광호의원,김충일 지구당 위원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에게는 매주 화요일쯤 당기획조정국으로부터 그주의 가장 뜨거운 정치현안이나 쟁점이 「화두」로 주어지게 된다. 이때부터 주변이 안테나를 총동원,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각자 논점을 정리한 이들은 금요일 오전 당사에서 「난상토론」을 벌여 「주간정세보고서」를 작성한다.
14일에는 『미국이 내정간섭적인 보안법 폐지요구를 하는 등 대북편향이라는 여론이 높다』고 환기한뒤 『정부의 대미 외교방식을 다양화된 총력외교채널로 전환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전 노태우대통령이 사돈인 선경그룹에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주었을 때 『비난여론이 높다』는 여론을 전달,김영삼 당시 대표가 이의 철회를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단초가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만에 빠져 간과하기 쉬운 비판의 소리를 제시,보완을 이뤄가는 「여당내의 야당」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이명박간사는 『각종 정보보고가 당대표 등 지도부의 정책방향을 잡아가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음이 당무회의 결론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파벌 보스의 개인적 감에 의존해온 야당에 체계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기획실이 생긴 것은 87년.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당무기획조정실」을 구성했다.
김부겸부실장은 야당으로서 민자당 만큼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이 갖고 있는 정보의 우물을 벗어나기 위해 대기업 비서실·경제연구소·금융가·증권가·행정부·언론사 등 개인적인 채널을 이용,정보를 모은다고 한다.
수집된 정보는 내부토론을 거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고,확인이 안되는 것은 「…설」 「…가능성」 등의 꼬리를 붙여 최고위원 회의에 보고한다. 야당의 한계가 있고,정확한 확인을 한뒤 보고하려면 대응이 늦어져 안되기 때문이다.
14대 대통령선거 당시 실장이던 이해찬의원은 『기자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지만 여론조사결과는 너무 정확했다』며 『선거기간중 당내 회의에 보고했다가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구성원은 실장과 부실장 각 한명과 전문위원 6명,당료 4명 등 12명으로 대부분 20,30대 운동권 출신 엘리트들이다.<김진국·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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