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무용제 예술감독 국수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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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 무용단의 ‘태양이 닿는 곳에…’. 파워풀한 춤과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성남국제무용제 사무국 제공]

“각 지역별로 문화 특성화가 필요한 시점 아니겠어요. 이번 기회에 경기도 성남을 ‘춤의 메카’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제2회 성남국제무용제(9월5일~9일)의 예술감독인 국수호(59·디딤무용단·사진)씨의 말이다. 엇비슷한 무용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현실에서 지역 주민과의 교류에 주안점을 두면서 특성화된 색깔을 담아내겠다는 포부다.

이번 성남무용제의 첫번째 차별점은 자체 제작을 한다는 점. 해외 유명 무용단의 우수 작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작품명은 ‘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병자호란이 배경입니다. 국란을 겪으면서 공녀로 외국에 끌려가고, 다시 이 땅으로 돌아와선 파혼을 당해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그린 거죠. 아무리 경제와 개인주의가 만연해도, 결국 나라의 힘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규정짓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품은 춤·노래·음악이 어울러진, 가무악극 형식을 띤다.

지중해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도 볼 수 있다. ‘지중해 춤 콜렉션’이란 테마로 터키·그리스·이스라엘·스페인 등의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이 차례로 소개된다. “불교를 제외한 종교들이 지중해 부근에서 다 탄생했습니다. 그만큼 지중해는 서양 문명의 젓줄인 셈이죠. 한국 무용계의 새로운 자극이 될 것입니다.”
 
특히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 무용단의 ‘태양이 닿는 곳에…’라는 공연은 각별하다. 사회 운동과 무용을 접목시켜 새로운 지평을 연 키부츠 무용단이 감각적인 조명, 록부터 탱고까지 이르는 다이나믹한 리듬을 통해 70여분간 쉴 새 없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사한다.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무용제의 문턱을 낮추는 요소들이다. 명무와 함께 우리춤 배우기, 청소년을 위한 비보이 댄스 교실, 온 가족이 함께 배우는 민속춤 등으로 구성된다. 국 예술감독은 “보고 듣고 춤추고 느끼는 요인들이 모두 작용하게끔 하고 싶다. 나흘간 성남을 들썩거리는 춤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다. 031-783-8022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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