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개입 의혹에 휘말린 신정아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위 위조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조짐이다.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올들어 신씨의 학위 위조 문제를 제기했다가 동국대 이사직에서 해임된 장윤 스님을 두 차례 만난 것이 밝혀졌다. 청와대 대변인은 변 실장이 신씨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동국대 재단 내 갈등 이야기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동국대 이사회와 장윤 스님이 겪은 갈등의 최대 씨앗은 신씨 문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변 실장이 신씨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접촉 시기도 석연치 않다. 장윤 스님이 신씨 학위 조작 의혹을 폭로한 직후인 지난달 초 변 실장은 갑자기 장윤 스님과 접촉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을 때는 현지에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고, 귀국한 바로 다음날 장윤 스님을 만났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이러니 신씨 문제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적당한 때 동국대 이사직에 복직시켜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다는 장윤 스님 측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변 실장이 통화 사실은 부인했으나, 이는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변 실장이 청와대 불교신자 모임 회장이고 신씨와 안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대학 문제는 정책실장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개입했을까. 개인적인 관계인가, 다른 사람의 청탁이 있었는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신씨의 학위 위조를 확인하고도 늦게 검찰에 고소·고발한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측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 사이 신씨는 미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유력 인사가 신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동국대 교수 취임 과정 등 신씨의 사기극이 너무나 대담하고 잘 통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진상 조사하겠다고 한다. 사태가 권력 핵심부로 향하면서 의혹은 더욱 부풀고 있다. 그럴수록 조사는 조속히,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나 장윤 스님도 진실을 가리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