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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중재자’ 메르켈 獨총리 중·일 방문, 온난화 방지 조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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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10면

유럽의 정치지도가 바뀌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2005년 말 취임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있다. 전임 슈뢰더 총리 시절 유럽-미국 관계는 미·영 대(對) 독일·프랑스·러시아였다. 미국의 이라크전이 몰고온 구도였다.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던 독일의 궤도 이탈은 미국에 뼈아팠다. 미국이 독일의 유엔 안보리 진출 구상을 좌절시키고,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이 서유럽을 ‘늙은 유럽’이라고 비아냥거린 이유다. 슈뢰더는 블레어 영국 총리가 ‘부시의 푸들’에 빗대지면서 ‘시라크(프랑스 대통령)의 푸들’로 불리기도 했다.

메르켈은 대미 관계부터 복원했다. “우리는 미국 없이 중동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도 했다. 영국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대신 프랑스·러시아와는 거리를 뒀다. 그의 궤도 수정은 독일을 유럽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메르켈의 전략은 프랑스에 사르코지 대통령, 영국에 브라운 총리가 들어선 뒤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독일제국의 초대 총리 비스마르크가 맡은 ‘공정한 중재자(honest broker)’에 견줘졌다. 비스마르크는 19세기 말 유럽 열강의 파워게임에서 공정한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다층적 동맹관계를 맺어 통일 독일의 기반을 다졌다. 거미줄 동맹관계는 유럽 평화의 근간이기도 했다.

메르켈의 역할은 독일이 유럽연합(EU)과 주요국(G8)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한껏 돋보였다. 6월의 EU 정상회담에서 정치통합의 새 이정표를 마련하는 데 한몫했다. 2005년 좌절된 EU 헌법조약을 대체하는 개혁조약 제정 합의를 주도했다. 영국과 폴란드의 반대를 무마했다. 그 직전 G8 정상회의에선 2050년까지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감하는 새 틀의 합의를 끌어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2008∼2012년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수준보다 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의 후속 체제다. 새 틀에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과 당초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국·인도를 포함시킨 의의는 크다. 외치에서의 활약은 그의 지지율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로 올려놓았다. 76%나 됐다.

메르켈이 이번 주 중국과 일본을 방문한다. 최대 의제는 그가 이니셔티브를 쥔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보도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고, 일본은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메르켈은 10년 전 환경장관으로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관계로 교토에도 들른다. ‘공정한 중재자’ 메르켈이 유럽을, 세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켜보자.

▶지난 주

20일 6자회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 모스크바에서 개최
21일 미 중앙정보국, 9·11테러 자체 감사 보고서 공개. 조지 테닛 전 국장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
22일 일본·인도 정상회담. 연말까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키로 합의

▶이번 주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개각 단행
27일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전문가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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