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홍보처, 오버액션 경찰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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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정홍보처가 최근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잇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무리하게 언론의 손발을 묶으려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보처는 이달 6일 총리 훈령에 엠바고(보도 유예)를 어긴 언론사를 제재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가 "언론계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는 비난이 일자 1주일 만에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또 정부청사 통합브리핑센터의 기자출입증에 전자칩을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언론 통제와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안팎의 지적이 잇따르자 21일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기자등록제와 관련해서도 홍보처는 당초 총리 훈령 제20조 1항에 '국정홍보처장은 정부기관을 상대로 취재활동을 하고자 하는 기자의 등록을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의무조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비판이 거세지자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이 23일 브리핑을 자청해 "기자등록제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원하지 않으면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한 발 물러섰다. '무리한 추진→거센 반발에 취소' 행태가 연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행보는 비단 홍보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의 '오버액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청은 최근 자체적으로 새 브리핑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일선 경찰서 형사계와 교통계.민원실에 대한 기자 출입을 전면 차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들 세 곳은 평소 민원인들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다.

경찰청은 여론이 나빠지자 당초 방안을 황급히 취소했다. 외교부도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제한 조치를 강행하려다 출입기자들이 기자실 이전을 계속 거부하자 "현 수준의 취재접근권을 보장하겠다"는 한층 완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기자단과 여러 취재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강행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마찰음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중앙청사의 한 출입기자는 "정부의 땜질식 대응이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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