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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무인 스텔스 폭격기'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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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주도해 온 스텔스 전투기와 무인 항공기 분야에 러시아가 도전장을 던졌다.

러시아 전투기 제조사인 미그사는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 미사일 접근도 힘든 무인 스텔스 폭격기 '스카트(가오리)'를 개발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스카트는 스텔스 전투기와 무인 항공기의 개념을 결합한 미래형 퓨전 무기체계다.

러시아 N-TV를 인용한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그사는 모스크바 인근 주콥스키에서 열리고 있는 맥스-2007 국제 에어쇼에서 이날 스카트의 실물 크기 모형을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됐다.

이 전투기는 스텔스 특유의 납작하고 매끈한 유선형으로, 가오리나 박쥐를 연상케 한다. 날개는 뒤쪽으로 꺾여 있다.

미국 보잉사가 개발 중인 무인 전투기 X-45와 일부 닮았으며, 냉전 시절 스텔스 핵 폭격기인 B-2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다. 무인 항공기임에도 불구하고 볼록한 조종석이 그대로 있어 이색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국방 전문 사이트인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미그사 관계자는 "스카트는 미국의 어떠한 스텔스 전투기보다 적의 레이더와 대공 무기를 피하는 능력이 뛰어나도록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속 범위 4000㎞에 최대 2t의 폭탄을 싣고 은밀히 목적지로 접근해 폭격을 가할 수 있도록 개발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미국이 현재 개발 중인 어떠한 무인 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스카트는 육상과 해상의 목표물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스텔스 기능을 활용해 미사일과 대공포의 집중 공격을 뚫고 적의 방공기지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는 미그사 미코얀 디자인부문의 책임자인 불리디미르 바르콥스키는 "우리는 공격용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 실질적인 사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해 스텔스 기술 등을 이미 확보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냉전 당시의 B-2 스텔스 폭격기와 2005년 실전 배치한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무인 전투기인 보잉 X-35 등을 개발하는 등 스텔스기와 무인 항공기 양 분야에서 사실상 독주해 왔지만 스카트의 개발로 러시아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최고 속도 시속 2000㎞(마하 1.88)로 최대 7000㎞의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 핵 폭격기 Tu-22M 백파이어를 운용하는 등 항공 국력면에서 미국과 경쟁해 왔다.

그러던 것이 소련 붕괴 뒤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새로운 기종 개발은커녕 기존 항공기의 운용과 훈련도 힘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오일달러로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야심 찬 신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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