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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액 장려금 때문에 출산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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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청와대 인구.고령사회 대책팀이 '20가지 국가 실천전략 방안'을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저출산과 맞물려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한 사회가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대체 출산율은 2.1명인데 우리는 현재 1.17명에 불과해 출산율을 올리는 것은 시급한 당면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수립한 대책이라는 것이 근시적이고 표피적인 것이어서 저출산의 물꼬를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볼 때 신생아용품을 마련하는 데에도 부족할 2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받자고 아이를 낳겠다는 가정이 과연 있겠는가. 또 산전.산후 휴가급여나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출산급여를 지원하겠다는 것도 자녀를 한 사람의 성인으로 키워낼 때까지 짊어져야 할 가정의 부담을 생각하면 일시적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사회는 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영유아보육법.유아교육법 등 근로여성을 염두에 둔 법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법조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상시여성근로자 3백인 이상 사업장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직장보육시설은 2003년 6월 말 현재 95곳으로 설치 대상 2백9곳의 45.5%에 불과하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7월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가 고작 출산휴가 신청자의 20.2%였다고 발표했다. 설문조사에서 '상사.동료의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못한다는 응답이 '지원금액이 적어서'보다 더 많다. 그나마 이러한 법의 보호에서 사각지대로 떠밀려난 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유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는 핵심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한 축은 자녀양육비의 부담이요, 다른 한 축은 여성의 사회진출이다. 정부는 이미 마련돼 있는 법과 제도라도 제대로 정착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막대한 교육비 부담이 해결돼야 하고, 근로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해도 지장받지 않는 사회.문화적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