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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보자>19.환동해경제권9 연길과 손잡는 북한 청진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環東海경제권에 거는 기대에는 北韓도 예외가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닫힌 문의 빗장을 열고 있다.북한은 淸津항을 자유무역항으로바꾸고 延吉의 한 회사를 중계자로 삼아 외국자본을 유치하려고 애쓰는 등 「개방」호 열차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유무역항 결정은 91년 12월28일에 내려져 2년이상 경과했지만 청진항이 관심의 표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반년동안이다.북한이 연길과 손잡고 청진을 환동해경제권의 교두보로 삼으려는행보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羅津.先鋒자유무역지대와 함께 북한 대외개방의 시금석이 될 청진의 자유무역항조치는 변화실태가 주목되지만 현장에 들어갈수 없는 형편인만큼 연길에서 그쪽 사정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연길은 북한의 개방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운 우리 기업들 이 「한다리건너」 북한과 물밑접촉을 시도하는 현장이라 할만하다.
연길市의 鮮虎그룹(기업집단의 중국식 표현)이 청진항 확장공사및 청진~會寧간 도로확장 공사에 투자키로 북한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측과 합의하고 대신 청진 東港사용권을 50년간 갖기로 한 것은 이제 낯선 뉴스가 아니다.지난해 8월 이 래 鮮虎그룹은 북한측의 양해를 받아내 한국선박들의 청진항 입항을 실현시켰고 延邊航運公司는 한발 더 나가 釜山~청진간 직항로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해 온 결과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측의 움직임에 대해 연길개발의 사령탑 朴東奎시장(조선족)은 『북한은 鮮虎그룹과의 청진항 협력프로젝트가 개방의 첫 사업이나 다름없어 큰 관심을 쏟고 있다』며『장기적으로는 豆滿江개발과 나진.선봉지구 개발사업이 중요하지만 현단계에서 청진항 개발사업이 효과가 빠를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한다.
그는 또 『북한이 개방법령들을 계속 정비해오다 항만.도로 확장사업을 연길에 맡긴 것은 진짜 개방 의사표시로 보아도 무방하다』면서 이것이 金日成주석.金正日비서도 허가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개방사업 첫 작품에서 성공을 거둬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게 청진을 드나든 중국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국개방에 華僑들이 작용했듯 북한개방에도 동포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진.연길 합작사업은 ▲회령~청진간 도로확장공사 ▲청진 동항확장공사▲호텔건설 등으로 집약된다.
도로확장 공사는 회령~청진간 95㎞의 비포장도로를 콘크리트 포장도로(차도 9m,인도 3m)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로,35t급화물차가 통과할수 있게 된다.지금 터널을 뚫고 산을 파헤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3시간반쯤 걸리던 청진~회령~三 合~龍井~연길간을 2시간에 주파할수 있게 된다.노반공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가을엔 콘크리트포장도 끝난다는게 鮮虎그룹측의 전망이다.
도로 완공후에는 양측이 공동운영하게 되는데 북한측과 선호그룹측 화물차량(하루 30대기준)외에는 20년간 통행료를 징수,양측이 50%씩 나누기로 돼있다.연길측은『통행료 징수로 3년 6개월이면 투자회수가 가능하다』며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다.투자회수 후에 얻어지는 통행료수입은 북한이 다른 도로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延邊조선족자치주는 청진쪽으로 항로가 열린데 상당히 고무받은 분위기였다.연길 인근의 朝陽川에서 삼합구간의 도로공사(국가 2급도로.폭7m.2차선)를 내년까지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연길~용정~삼합구간 비포장도로가 확장공사로 널찍해지고오르막 30리,내리막 30리로 유명한 오랑캐령의 구불구불하던 곳이 평평해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의 회령으로 넘어가는 삼합해관(세관)을 통해 변경무역이 활발해져 작년 1~11월의 화물통과량은 4만3천t(수입 2만2천t,수출 2만1천t)으로 집계됐는데 도로확장이 마무리되면 몇곱절로 늘어나리라는 것이 연변자치주 대외경제무역위원회 金宗洙주임의 설명이다.
현재 연변의 수입품은 명태.문어등 수산물이 대종을 이루지만 목재.강재.시멘트등 일부 건축자재들이 포함돼있고 수출품은 쌀과사탕류.경공업제품이 대부분이다.삼합 국경다리의 차량통과수는 연간 1만6천5백대 쯤이었는데 청진항을 경유해 연 변으로 들어간大宇.現代자동차도 이곳을 통과했다.부산~청진 직항로가 열리고 도로확장도 마무리되면 수출입품목도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합에서 회령으로 넘어설수 없었던 기자로선 청진항을 빈번히 방문하는 연길 관계자들의 말이나 중국에 넘겨진 북한자료로 청진항 실태및 개발계획의 전모를 알수 밖에 없었다.
청진항은 4.6㎞ 떨어져 있는 동항(부두 7백54m,화물처리능력 87만t)과 서항(1천3백84m,7백13만t)으로 나뉘어있다.항만까지의 철도 인입선 길이는 21.6㎞이고 잡화.양곡.
강재.자철광.광석등을 취급한다.청진항의 보관면적은 대략 12만6천평방m(창고 2만7천,야적 9만9천평방m).
청진 동항 확장공사는 화물처리 능력을 현재의 연간 87만t에서 금년말까지 2백만t으로 늘리고 중국측 전용창고(6만평방m)를 지을 예정이다.연길측은 설비.자본을,北韓측은 노동력및 자재공급을 각각 맡고 연길측이 항구 50년,창고 20년의 운영권을갖는 조건의 합작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鮮虎그룹 명의라면 한국을 비롯,어느 나라의 자본이라도허용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한국선박의 청진항 왕래를 허용한것도 한국 자본진출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북한은鮮虎그룹이 자금은 없지만 외자를 끌어오겠다는 의지가 강해 창구로 삼는 것』이라는 朴시장의 말은 북한의 의지를 잘 말해준다.
***3省진출 관문 삼아야 연길측에서는 金連煥상업국장과 李鐵虎선호그룹사장이 나서 북한의 金正宇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및 함경북도 책임자들을 줄곧 접촉해왔다.북한이 연길시 상업국 산하 鮮虎그룹에 청진항 사용권을 준 것은 청진항을 자유무역항으로 결정한 뒤 吉林省 정부와의 접촉이 원활치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지금은 省단위에서 적극 나서 길림성 철로항구지휘부측이 북한인사들과 활발히 접촉을 벌이고 있다.
鮮虎그룹이 청진항 사용권을 따냈어도 자금부족으로 투자를 못하는 형편인만큼 청진항 개발은 우리 정부.기업의 태도에 달려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우리 업계에선 최근 한국상품이 청진을 거쳐 연변이나 중국의 동북 3省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있다. ***延吉=兪英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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