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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변호사·회계사 ‘어휴! 힘들어’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의사·변호사·회계사는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른바 ‘사’자 돌림 직업도 양극화 현상은 피해갈 수 없는 일. 같은 직종 내에서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이 직종들이 미래에도 유망할까? 세계가 평평해지면 임금 수준이 비슷해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일본의 동양경제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과 임금을 비교해 이들 직업의 ‘미래시급’을 계산했다.


의사의 시급(時給)= 5214엔→4543엔
대형병원일수록 낮아…아르바이트 하는 의사도

“의사의 시급은 패스트푸드점 이하 수준이다.” 일본의 의사소개회사 메디컬프린시플에 등록한 대학병원 의사는 불만을 터뜨렸다. 연 수입이 그리 많지 않은 반면 일하는 시간은 줄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준비하는 의사의 한 달 초임은 25만~35만 엔 정도. 상여금이 더해져도 연봉 400만 엔이면 잘 받는다는 게 일반적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70시간, 많이 일하는 사람 중엔 100시간 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한 의사의 말이다. 이 상황이 1년 지속되면 시급은 1000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큰 병원 의국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시급은 중소병원 의사들과 비교해도 낮다. 후생노동성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 시급은 3751엔. 이에 비해 100~999명의 중소 규모 병원 의국의 평균 시급은 6609엔이다. 큰 병원의 1.8배 정도. 10~99명 정도의 소규모 병원의 의사도 평균 시급 6623엔으로 대형 병원 의사만 낮은 시급에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의사는 현재 약 27만 명.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큰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매년 8000명이 의대를 졸업해 7000명이 의사면허를 취득한다. 그중에서 대학병원 의국에 남는 사람은 3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의사의 전직도 늘고 있다. “보수도 보수지만 전문의로서 경력을 쌓고 높은 기술력을 갖춰 자부심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병원을 옮겼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의사가 되는 데는 대학에서 6년간의 학비(국공립대학은 약 350만 엔, 사립은 2000만~5000만 엔)가 꽤 든다.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다면 2년간 연수해야 하고 연수 후에는 대학병원 의국에 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민간병원에 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환자 생사와 직접 관계없는 안과나 피부과가 인기인 한편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 규모 사립병원에서 1년차 의사는 600만 엔에서 800만 엔을 받는다. 10년 차 의사의 연 수입은 1400만~1500만 엔인 반면 국공립 대형 병원의 10년차 의사 연 수입은 1000만~1200만 엔 정도에 불과하다. 사립병원의 경우 20년이 경과해 40세 후반이 되면 부장 등의 매니지먼트 책임까지 지게 돼 연 수입은 2000만 엔을 넘게 된다.

그러나 사립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중에도 수입이 적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력이 되면 관련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의사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통상 1만 엔, 하루 8시간 근무하면 하루에 받는 돈은 8만 엔이다. 당직근무 때는 1회 3만5000~6만 엔이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해 해마다 400만 엔에서 500만 엔 정도 과외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직접 병원을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개업의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개업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일본에서는 연간 약 5000명이 개업한다. 개업의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중에는 경영이 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 6개국 내과의의 평균 시급을 산출한 미래 시급은 4543엔으로 일본의 2006년 시급보다 적다. 개업의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일본. 의사 급여는 앞으로 더 낮아질지 모른다.

변호사 시급=1만402엔→5791엔
양극화 뚜렷…기업 법무 맡아야 옛 명성 유지

“기업 법무라면 연 수입 1억 엔 이상도 가능하나 대부분은 소송전문으로 연봉 2000만 엔 정도가 괜찮은 수준”이라고 법무사무소에서 일하는 35세의 변호사는 말한다.

전문직의 대표격인 변호사는 소득 수준이 다양하다. 지금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외환계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다. 해외기업과 M&A 안건, 합병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기업 법무를 맡아 연 수입 5억 엔을 올리는 ‘수퍼 변호사’도 있다.

그러나 일반 소송 업무를 맡는 변호사 급여는 이에 비해 현저히 낮다. 현재 변호사사무소에서 일하는 변호사의 상담료는 상담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에 1만 엔 정도가 보통. 연 수입은 750만~800만 엔 전후반이다. 물론 소송변호사라도 자신의 사무소를 열어 ‘보스’가 된다면 3000만 엔에서 5000만 엔 이상도 벌 수 있다.

지금까지 사법시험은 가장 어려운 국가고시로 뽑혀 왔으나 2004년 4월부터 법과대학원이 개교하는 등 제도 개편으로 2018년에는 판사·검사·변호사 인구는 5만 명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대국 미국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 인구 수에 비하면 적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변호사의 수입도 지금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회계사 시급=3665엔→3040엔
영입경쟁 치열하지만 10년 버텨야 고수익

의사·변호사와 함께 가장 어려운 국가고시로 뽑히는 공인회계사. 그러나 최근 가네보 분식회계 사건, 닛코코디얼 그룹의 회계부정 사건 등으로 회계사에 대한 신뢰는 뚝 떨어졌다.

문제의 주인공은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의 일본 계열사 미스즈. 미스즈는 회계감사를 맡은 일본 3위 증권사 닛코코디얼이 분식회계로 사상 최고액인 5억 엔의 벌금형을 부과 받은 데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위기에 놓이면서 실질적인 해체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에도 회계사의 인기는 아직 높다. 2007년 공인회계사시험 응시자는 1만8220명으로 작년보다 12%가 늘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보통 감사법인에 취직한다. 감사법인은 전국에 약 160개가 있으나 대다수 회계사가 3대 법인(토마츠·신일본·아즈사)에 소속된다. 이들의 초봉은 480만 엔. 시간외 급여까지 합한 연 수입은 1년차가 600만 엔 정도다. 감사법인에 들어가면 2~3년 스태프로서 경험을 쌓은 뒤 현장 책임자인 시니어로 올라간다. 연 수입은 800만 엔 정도.

다음은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매니저 급이다. 연 수입은 입사 10년에 1000만 엔이 넘지만 잔업수당이 없기 때문에 시니어 때보다 급여가 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는 입사 15년차에 파트너가 된다. 무한연대책임까지 지게 되는 파트너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연수 1300만 엔 이상에 2000만 엔을 넘는 사람도 있다. 단 “감사를 하는 회계사가 변호사처럼 억엔 단위의 연봉을 받는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50대 회계사는 말한다. 그러나 외환계나 금융계로 전직해 M&A 관련 업무를 맡을 경우 1억 엔 이상 받는 회계사도 적지는 않다.

지금은 회계사가 잘 팔리는 시대다. 2009년 3월부터 시행되는 내부통제감사나 4분기 결산이 시작되면 회계사는 어디나 부족해진다. 현재 회계사 시험 응시자가 늘고 있는 추세임에도 신입을 모셔가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작년에는 여름께부터 신입 회계사를 채용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올해는 4월에 채용 웹사이트를 열었다”고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말한다.

지금의 회계사 영입 붐에는 미스즈에서 나오는 경력직원을 잡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미스즈 감사법인 직원은 현재 클라이언트 기업이나 다른 대형 감사법인에 이적하고 있다. 약 2400명이 옮기는 곳은 신일본이 106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토마츠에 400명, 아즈사에 280명 정도 가게 된다.

이렇듯 인재 영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분위기로 회계사 모셔가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회계사가 남아도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지금 급여보다 낮게 받을 수밖에 없다.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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