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오 '점령군 행세' 구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경선 이후 이재오(사진) 최고위원이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대선 캠프의 선거사령탑, 좌장 격이었던 이 최고위원이 경선 승리 뒤 당의 '점령군'처럼 군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 최고위원 측은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억울해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22일 "이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이 후보의 공식 사무실 옆에 자기 사무실을 별도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이명박 후보실 옆에 있는 후보비서실장 방 푯말이 한때 '최고위원실'로 바뀌는 일도 벌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여의도 당사에는 최고위원들 개개인을 위한 공간은 없다.

당내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이런 요구를 황우여 사무총장을 거치지 않고 사무처 직원한테 직접 함으로써 당 지휘체계를 무시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이 최고위원은 황 사무총장이 '최고위원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답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사무처 실무자가 '공간이 부족하니 이 후보 비서실에다 소회의실을 만들겠다'고 해 '그렇게 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전부인데 점령군 행세한 것처럼 소문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에게 1.5%포인트 이긴 상황에서 구설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작은 표 차로 이길 때 경선 후유증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이 경선 승리를 이유로 군기반장 행세를 하는 건 이 후보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괜한 트집이 잡히지 않도록 당분간 몸가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캠프 본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점령군 행세설'을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지리산 등반 뒤에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런 얘기가 밖으로 전달되면서 '이재오 2선 후퇴론'으로 확산되자 이 최고위원은 기자에게 "백의종군이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