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운 산길 아이젠 꼭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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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이다.3월의 산은 추위가 물러가고 남쪽의봄기운이 밀려오는 자연의 순환작용을 가장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그러나 채 녹지않은 눈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해빙기의 산은 겨울도 봄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여서 눈으로뒤덮인 겨울산보다 산행이 더 까다롭다.봄기운에 들떠 긴장감이 풀린 채로 오르는 해빙기의 산행은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낭패당하기 쉽다.실제 조난이나 추락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도 4월초까지의 해빙기 산행.해 빙기 산행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등산방법을 소개한다.
◇낙석을 조심할 것 겨우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던 바위 밑은 해빙되면서 지반이 물러진 상태.
때문에 땅이 얼었다가 녹으며 돌이 맥없이 굴러내리거나 단단해보이는 바위라도 조금만 힘을 가해도 쉽게 떨어지는 낙석의 위험성이 곳곳에 도사린다.
낙석이 될 경우엔 큰 소리로 『낙석』이라고 외쳐 다른 사람들이 피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까다로운 기상변화에 맞춰 철저히 준비할 것 낮은 초여름 날씨지만 저녁이나 새벽엔 겨울로 돌아가고,지대가 낮은 곳에서 촉촉히 내리던 비가 산정에선 진눈깨비나 폭설로 변하곤 한다.
이런 경우엔 3시간쯤의 산행코스라도 7~8시간 이상 소요되기십상.아침나절의 화창한 날씨와 일기예보만 믿고 준비없이 올랐다간 곤경에 빠진다.
출발할 때는 가벼운 복장이 좋지만 겉옷을 배낭 위쪽에 항상 준비해 휴식 때나 정상에 올랐을 때 걸쳐입어 체온을 빼앗기지 않게 해야 한다.
털장갑과 모자,방수가 잘 되는 등산화도 급격한 기온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고 여벌의 양말과 내의도 준비하는게 안전하다.
아무리 잘 아는 산이라도 지도와 나침반.소형라디오를 꼭 지참하도록 한다.해빙기 때 아이젠은 한겨울보다 더 요긴하다.
엄동기엔 체중을 지탱해줄 정도이던 적설이 해빙기엔 밟으면 그대로 미끄러지는 상태로 변해 있는가 하면 낙엽 아래는 눈이 채녹지 않은 상태다.
급경사의 내리막에선 귀찮더라도 아이젠을 차고 걷는 것이 좋다.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열량이 높은 치즈.소시지.초컬릿.건포도.따뜻한 음료등 비상식량을 챙기는 것도 안전산행의 지혜다.
◇안전한 등산로를 택하고 잘 모르는 산은 피할 것 계곡이나 바위능선 보단 흙이 많은「肉山」을 택하는 것이 좋다.
산행시엔 북쪽사면은 눈이 그대로 얼어붙은 상태이므로 피하고 경사가 낮고 햇볕이 잘 드는 남쪽길을 택하도록 한다.
해빙기 나뭇가지는 수분이 없어 부러지기 쉬운 마른 나뭇가지와마찬가지이므로 체중을 얹고 붙잡으면 매우 위험하다.
어쩔 수 없이 나뭇가지를 잡아야 할 경우엔 가지의 아랫부분을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해빙기엔 느닷없는 기상변화로 길을 잃기 쉬우므로 초보자는낯선 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만약 처음 가는 산일 때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등산로가 잘 나 있는지 확인후 떠나야 한다.
◇반드시 일몰(오후4시)전에 하산할 것 날이 저물면 3월엔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고 낮에 질퍽하게 녹았던 길도 빙판길이 돼걸음걸이가 낮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늦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보자는 오후 서너시쯤 하산할 수 있는 산행을 택하는것이 좋고 높은 산으로 가는 일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만일을 대비해 랜턴을 필수품으로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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