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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베를루스코니 총리 "기업경영 손 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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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그녀는 열아홉살.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이다. 두 해 전 파리 무도회를 통해 화려하게 유럽 사교계에 데뷔한 그녀는 이탈리아 최대 민영방송 메디아세트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핀인베스트의 최연소 이사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은 바바라 베를루스코니. 현 이탈리아 총리이자 최대 갑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딸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9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경 유착이란 비난을 피해 핀인베스트 등 자신 소유의 회사 경영에서 일체 손을 떼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식들을 통해 사실상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HT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그룹의 지주회사인 핀인베스트는 이탈리아 시청자의 90%를 확보하고 있는 최대 민영방송 메디아세트의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또 출판사 몬다도리와 영화배급사 메두사 필름의 지분도 각각 50%, 1백%를 갖고 있으며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팀 AC 밀란을 소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스페인 상업방송 텔레신코 지분 40%와 독일 미디어그룹 키르히의 지분 2.3%를 갖고 있는 다국적 금융.미디어 그룹이다.

그런데 총리 자신은 공직자의 기업 소유는 허용하되 경영 참여는 금지하고 있는 법 때문에 AC 밀란 구단주 외에 모든 경영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장녀 마리나(37)와 장남 피에르실비오(34), 2녀 바바라(19)가 이 지주회사를 통해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녀 마리나는 핀인베스트의 부회장직과 계열사인 몬다도리.메디올라눔, 메두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 피에르실비오는 민방 메디아세트의 부회장이고 마리나도 이사직에 올라 있다. 베를루스코니가의 재산은 메디아세트 주식가치 95억달러를 포함해 1백3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HT는 "하지만 지난달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이탈리아 대통령이 대형 미디어 기업의 신문시장, 디지털방송 진출에 유리한 새 언론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지난주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공직자 면책특권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는 등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잇따른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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