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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악바리 피겨여왕 바이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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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릴레함메르(노르웨이)=劉尙哲특파원]초록빛 우수의 눈망울.옥사나 바이울(16.우크라이나)이 마침내 은반의 프리마돈나로 거듭났다. 2세때 버리고 떠난 기억 저편의 아버지만이 지구촌 어느곳에 살아있을지 모를뿐 고향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의 어릴적 추억을 안겨주던 할머니와 3세때 스케이트화를 처음 사주신 할아버지,불어선생님이었던 어머니마저 13세때 여읜것을 끝으로 천애고아가 된 바이울.
그 바이울의 은반요정 탄생을 알린 26일새벽(이하 한국시간)제17회 겨울올림픽 폐막 하루를 앞두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경기가 벌어진 하마르올림픽 암피시어터는 기립박수의 환호와 벅찬감동으로 물결쳤다.
전날 훈련도중 탄야 수첸코(독일)와 충돌,오른쪽 발목을 3바늘이나 꿰매고 허리까지 다쳐 출전조차 불확실했던 바이울이 모든역경을 딛고 올림픽정상에 우뚝 선것이다.
첫번째 더블액셀이 어설퍼 불안했지만 우아함을 가득 담은 발레동작과 머리너머로 발을 잡고 몸을 빙판과 평행하게 회전시키는 독창적인 바이울회전은 6천여 관중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술적인상에서 무려 6명의 심판으로부터 5.9점을 받아내며 1위가 확정되는 순간 바이울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바이울이 세계여자피겨스케이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것은 불과 1년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난해초의 유럽선수권 준우승에 이어 두달뒤 93프라하 세계선수권을 제패,일약 빙판의 신데렐라로등록했었다.
92알베르빌올림픽 남자싱글 챔피언이자 이번대회 4위를 차지한빅토르 페트렌코의 스승이자 장모인 즈미예프스카야의 조련으로 급성장,이가 빠진 스케이트 날로 93세계선수권을 제패해 화제를 모았었다.
舊소련 붕괴후 나빠진 우크라이나의 경제사정 때문에 바이울은 페트렌코와 함께 직접 삽질로 빙판을 다듬어가며 피나는 맹훈을 쌓아 오늘의 영광을 일궈냈다.이날 바이울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발레동작이 돋보이는 우아한 연기로 1위를 마크,첫날 오리지널프로그램에서 기록했던 2위의 부진을 씻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낸시 케리건(미국)과 중국의 신예 천러우(陳露.17)가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흑진주 수리아 보날리(프랑스)는 회전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로 4위에 처졌으며 빙판의 섹시스타 카타리나 비트(독일)가 7위를기록했다.
케리건과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토냐 하딩(미국)은 8위를,한국의 李倫貞(미국콜로라도주립대)은 21위를 각각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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