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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국무총리 국회시험-소신 답변폭 약간 넓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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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李會昌국무총리가 취임후 처음으로 국회답변이라는 까다로운 시험을 치러냈다.李총리는 19일부터 24일까지 여야의원 26명으로부터 질문공세를 받았다.사람들은 그가 답변에서 어떤 개성을 보일지 주목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는 잔잔한 변화를 보여주었다.총리로서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소신답변의 폭을 넓혔다.
오랫동안 법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종사해온 李총리는 질문을파악하고 답변을 정리하는데 상당한 효율성을 발휘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그러나 물가.대통령人事같은 대목에선 총리로서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야당이 아무리 화살을 쏘아대도 정부의 확고한 방침은 그대로 밀고나갔다.그는 23일 경제2분야 질문에서 民主黨 金泳鎭의원이 끈질기게 우루과이 라운드(UR)재협상을 요구하자 UR관련규정을 설명하며 「불가능」을 못박았다.金의원이 民主黨의원들이트란반틴 駐제네바 EC대사로부터 韓美개방 밀약설을 들었다며 이를 추궁하자 李총리는『본인은 그런 말을 하지않았다고 하고,들은이들은 들었다고 하는데 대질신문을 할 수도 없지않느냐』고 세게되받아치기도 했다.
UR문제외에도 그는 여러 부분에서 정부입장을 굳게 지켰다.李총리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할 수 없으며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수정도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李총리는 몇몇 부분에선 정부입장 보다는 소신쪽으로 기울었다.19일 정치분야에서 民主黨 柳寅泰의원이 金泳三대통령과 전직대통령의 청와대 4者회동을 물고 늘어졌다.李총리는『회동에서어떤 화합얘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총리로서 법 과 질서를 지키는데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겠다』고 언명했다.
감사원장시절 율곡사업특감을 지휘했던 李총리는 율곡사업비리에 대해 질문을 받자『율곡사업같은 것은 단순한 무기구매가 아니라 국가전력증강사업이므로 계획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통제돼야 한다』고 야당과 뜻을 같이했다.民主黨 柳의원이 거론한 民靑學聯사건조작문제에 대해선 李총리는「특별한」방법으로 소신을 내비쳤다.그는 일단 이는 사법적 판단이 끝났으므로 정부가 뒤집을 수는 없음을 밝혔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버지도 自由黨시절 용공으로 조작되고 고문받았음을 털어놓으면서 柳의원을 비롯한 사건피해자들에게 동감의 뜻을 전달했다.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光州사태가 민주화운동으로 재조명받은 것처럼 이 사건도 폭넓게 재해석되는 과 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李총리는 그러나 물가같은 까다로운 경제문제에 이르러서는『죄송하다』『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그는『모든 책임은 총리인 나에게 있다』며『올해 인상률을 6%이내로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하지만 이 말 은 체감물가에 대한 불만이 잔뜩 쌓여있는 국민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다. 각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야당의원들은 대체로 李총리의「수험태도」에 대해『수긍할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金 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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