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교수 법정공방(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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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50㎞쯤 떨어진 곳에 있는 스탠퍼드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가운데 하나다. 9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5명의 퓰리처상 수상자가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학교의 명성을 짐작케 하며,『본격적인 학문을 하고 싶다면 스탠퍼드대가 미국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는게 정설일 정도다.
이 학교는 지난 91년 10월 창립 1백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창립기념생사를 마련하고 요란한 선전공세를 폈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터진 몇몇 사건들로 인해 「창립 1백주년」은 빛을 잃었다. 연방지원금 유용을 둘러싼 스캔들이 폭로되는가 하면,다문화주의에 대한 교수들간의 감정적 논쟁과 성차별 문제로 인한 의대 한 여교수의 사임에 이르기까지 말썽과 잡음이 잇따랐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 학교의 위기관리 능력은 학문적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빈정댔다.
그러나 막상 미국사회가 주목한 것은 이 학교의 부정과 비리가 아니라 「지성의 타락」이었다. 부정과 비리야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있을 수 있지만 대학에서 지성이 타락하면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논리의 근거는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교수의 기능에서 비롯한다.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배우는 것의 대부분은 교수와 학생간의 인간적 교환에서 이루어지며 그것은 지성이라는 기본적 바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수 4명이 작년 10월 총장과 학교측을 상대로 총장선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데 뒤이어 최근 총장과 학교법인이 해당교수 4명에 대한 예비적 반소청구소송으로 맞선 연세대 사건은 그 발단과 경위야 어떻든 「지성의 타락」으로 매도된 스탠퍼드대의 경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연세대 역시 지난 85년 대대적인 창립 1백주년 기념행사를 치르고 학교발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터에 총장과 일부 교수들간에 빚어진 이같은 불협화음이 이 학교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먹칠을 하게 되고 졸업생이나 재학생들도 이 사건이 학교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한결같이 우려할 것이 분명하다.
모쪼록 「지성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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